네 얼굴이 무너질까 몹시도 두렵다
엄마는 강하다고 했던가.
아가, 그렇다면 엄마는 아직 엄마가 아닌가보다.
나는 네 사랑스러운 얼굴이 혹여나 변할까 너무 두렵다.
엄마는 네가 어떤 모습이든 좋다.
그저,
너의 사랑스러운 영혼이 단지 우리가 두르고 있는 껍데기로 판단하는 사람들로 인해 오해받고 상처받을까봐 그것이 두렵다. 첫인상이라는 말은 왜 만든것인지 너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받을지 그게 몹시도 두렵다.
엄마는 두렵다.
두려움을 감추기에 너무나도 큰 일이 내게 닥친 것만 같구나.
그렇지만 엄마보다 너는 더 큰 일과 함께 살아가야하지않니.
그래서 당사자도 아닌 엄마는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없다. 차마 너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다.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관심, 살면서 가져본 적이 없었단다. 엄마는 너의 일이 되어서, 내 일이 되어서 그제야 사람들의 얼굴엔 점도 있고 혹도 있고, 그리고 그것들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았다. 무지한 엄마는 그 모든 것들이 있어도 너의 생명만은 위협하지 않았으면 부디 경증으로 끝났으면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네 환한 미소를 보는 것이 순간에 그칠까 몹시도 두렵다. 생각만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엄마는 네 미소를 더 사랑하게 됐고, 너와 있는 매순간을 더 특별히 여기고 있단다. 눈 밑의 점 하나, 이마의 점 하나가 네 인생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혹이 안 생기게 해주세요. 오 하느님...
엄마는 네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너의 모든 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는 참으로 총명하고 예쁜 모습만 보였단다. 300일 충분하게 만끽했단다. 앞으로 느려지더라도 엄마는 지금 이 순간의 기쁨으로 널 안아줄께.
우리 부디 행복하게 살자.
예쁜 우리 아가. 꼭 단단한 사람이 되렴.
엄마아빠의 울타리가 널 안고있을테니
부디 단단해지렴.
남들에게 별 것 아닌데요. 라고 훌훌 털어버리는 그런 아가가 되렴.
하지만 엄마에게선 언제든지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어도 된단다. 너의 살결처럼 여려져도 된단다. 엄마에게는 무장해제하고 울어도 된단다.
엄마는 강한 사람이 아니니까,
네가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탓하지 않아.
순두부처럼 여린 가슴을 갖고 살아도 엄만 널 이해할꺼야.
엄마에게 와서 울어도 돼. 힘들 땐 엄마에게 와서 마음껏 울어야 한다. 같이 울어줄께. 그리고 아빠와 맛있는 것을 먹으러가자.
널 사랑한다.
네 얼굴과 몸이 아닌
네 존재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