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1,000원 짜리 사먹어야지
마늘에 대한 단상
마늘의 싹을 보기 전까지 고 작은 마늘에도 싹이 날 수 있음을 몰랐다. 냉장고에서 꺼내놓으니 그 놈의 싹은 더욱 잘 자랐다. 방치 3일째, 결국 해야할 일을 할 때가 왔다. 늘 1,000원짜리 마늘 한봉지만 사서 쓰다가, 다진 마늘이 없어 국을 못 끓이니 대용량으로 사다놓고 다져보자는 생각과 게으름의 결과였다. 33년을 살면서도 엄마의 마늘에서는 싹을 본 적이 없는데, 우리 엄마는 얼마나 부지런하셨던 걸까. 줄곧 새벽 3시에 잠 들어야 했던 일하는 엄마는 얼마나 고단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다. 마늘의 싹은 해롭지 않아 먹을 수 있다는 휴대폰 검색을 마치고 나서야, 수술방 집도의처럼 메스를 쥔 듯 마늘의 뒤 꽁다리를 딴다. 어쩐지 싹이 잘 난 녀석 두 개는 베란다 화분에 꽂아준다. 물도 준다. 저 녀석들은 행복할까. 운이 좋은건가? 지금이라도 다진 마늘이 되는 것이 행복한걸까? ‘나는야, 주스될 거야’ 잠시 동요 토마토 송을 떠올린다. 감정 이입을 잘 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니다.
한 봉다리의 마늘은 왜 그렇게도 많은지, 작은 마늘에서 무른 것을 베어내다 보면 먹을 것이 없어 보이고, 나의 게으름을 다시 책망하는 순간이다. 야심차게 샀던 플라스틱 절구와 나무 방망이. 어릴 적 엄마의 작은 부엌에 앉아 마늘을 찧는 법을 배웠던 기억을 떠올린다. 마늘을 조금씩 넣고 찧고, 다시 더 넣어서 찧고. 한 번에 많이 전부다 찧으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생활 속 법칙을 그때 배웠다. 그렇게 한 번, 두 번을 찧으려고 할 때 ‘도대체 출산한 지 7개월된 내가 뭔 짓을 하는 거지’ 싶어 손목의 혹사를 내려놓는다. 결국 서랍에서 도깨비 방망이를 꺼내 위이이잉 거친 소리를 내며 마늘을 갈아버린다. 이름도 좋지. 주부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도깨비 방망이. 이왕 도깨비 방망이면 요리까지 다 해주면 얼마나 좋아. 꽤 많은 양의 다진 마늘은 지퍼백에 넣어 칼 등으로 선을 그어준다. 냉동실로 직행. 문명의 이기로 해낸 작업, 게으름의 결과를 비극으로 끝내지 않아 뿌듯했다. 마늘 싹 하나로 많은 생각이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