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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gom Nov 09. 2019

너의 열여덟에게 물어보고 싶다.

너는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을까.

   엄마는 외모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인 것 같지만, 20대엔 화장품 사모으길 좋아하던 때가 있었단다. 대학생 때는 립스틱 하나 아이쉐도우 하나 사 모으는 것이 어찌나 좋던지. 화장할 때 마다 달라지는 분위기와 커진 눈이 엄마를 뿌듯하게 했거든. 그래서 엄마는 네게 물어보고싶었다. 늘. 다 큰 너에게, 감수성이 풍부할 나이 열여덟에게, 할 수 만 있다면 미래로 잠시 건너가 너에게 묻고 다시 돌아오고싶었다. 너는 어떤 선택이 좋은지 말이야.


밀크커피반점을 처음 확인했을 때 엄마는 네 몸 여러 곳에 생기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점이라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고, 그래도 소아과 의사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의 준비도 없이 넌지시 물었단다. 의사 선생님은 갯수를 세보려고 하다 옷을 슬그머니 내리고는 진료의뢰서를 써주었단다.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철렁. 엄마는 그때 마음의 준비 없이 그런 얘길 듣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어. 왜 그 드라마 같은 데 보면 큰병원 가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순간. 그런거 엄마가 상상력이 풍부해서 엄마 아프면 별별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마음의 준비를 다 해놓고 가거든. 뭐 병원 가보면 별 거 없었지. 너도 알겠지만 엄마는 워낙 튼튼이 체질에 엄살 체질이라서 살면서 가장 위급한 순간이 있었을까 굳이 꼽는다면, 그건 바로 널 자연분만하면서 낳겠다고 우기던 시간이 아니었을까싶어. 과다출혈로 골로 갈 수도 있는데 엄마는 겁이 없었거든. 왜 모르는 사람이 더 용감하잖아.


근데 하필 너의 그 점이 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니, 참 그때부터는 마음이 그렇게 심란하더라. 소아과 선생님은 네가 무슨 병이 의심되는지 절대 말해주지않았지만 위대한 네이버의 방대한 지식은 엄마를 그날 밤, 반 의사로 만들어놓더라. 참으로 알아서 더 무서운 시대이지 않니.


대학병원을 가는 것과는 별개로 엄마는 서울 시내 유명하다는 피부과는 다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자신있어보이는 의사에게 맡겼지. 고출력 레이저를 하겠다는 선택은 결코 너를 아프게 하겠다는 뜻이 아니었어. 혹여나 너가 나중에 커서 왜 날 어릴때 관리 안해줬냐고 원망할까봐, 조금이라도 그 희망을 끈을 놓고싶지 않았단다. 자지러지게 우는 너를 문 앞에 두고 엄마는 절망스러웠다. 그렇게 두번을 해놓고 다시 생기는 걸 보며 또 너를 괜히 아프게 한 것은 아닌가, 포기하는 의사가 너무나도 미웠지만 아무말도 못하고 나왔다.


열여덟 너를 만난다면, 엄마 왜 나를 아프게 해서라도 이 점을 엷게 관리해놓지 않았냐고 한 마디 할런지,

아니면 쓸 데 없는 돈 들였다고 쿨하게 인생 살면 된다고 할건지.

그 때의 너는 엄마처럼 참으로 화장하는 일을 설레할 지,

아빠처럼 거울보기도 싫어할 지.


엄마는 물어보고싶다.

수술을 해서라도 큰 점은 없애주길 원하는지.

그 모든 것들을 안고서 백반증을 가진 모델처럼 세상과 어울려 살길 원하는지.


네 앞의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지는지.

엄마가 너의 외면에 신경쓰는 것이 좋은지 싫은지.

절대 지금은 알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의 골짜기를 넘고 넘어 만날 수 있는 너의 열여덟과 마주하고 싶다. 요새 들어 더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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