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이 생후 100일의 기록 2024. 9. 11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인하대 입원실에서 맞이하는 율이 백일. 어제 갑작스레 입원을 하게 돼서 이번 주 토요일에 백일잔치를 위해 주문했던 백일상과 백일떡을 연기했다. 그리고 맞이한 오늘.
아침 조식으로 국을 보는데 불투명한 플라스틱 뚜껑 사이로 보이는 국이 ‘설마.. 미역국?’
미역국처럼 보여서 놀랬는데 자세히 보니 묽은 시래깃국이었다. 율이 백일날 친정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주신다고 했었는데... 마침 그때 침대에 누워있는 율이가 날 보고 웃어주었다.
율이는 어제, 오늘 열이 없고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만 입원했다는 게 속상하고 백일을 이렇게 보낸다는 게 속상하다. 나도 모르게 또 고이는 눈물. ‘내가 속상하구나, 우리 율이가 아픈 게 속상하구나.’ 그래도 백 프로 치료가 가능해서 다행이다.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마음 추스리기.
어제 새벽엔 기저귀를 갈다가 소변이 침대가드랑 시트에 튀었는데 어찌나 찝찝한지... 율이 옷에도 묻어서 진땀을 빼며 옷을 갈아입혔다. 어렵게 잠들었는데 깰까 봐 난리도 아니었다. 소변검사 결과가 지저분하다는데 지난번 입원했을 때처럼 대장균이 검출되었을까 싶어서, 정말 갈아입히고 싶었다.
스와들업을 입고 있었고 발엔 링게 바늘이 꽂혀있어서 아주 고난도 작업이었다. 율이 옷을 어렵게 갈아입히고 침대 가드는 소독티슈로 닦고 시트를 교체하고, 나도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전엔 율이가 콧물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일단 금식을 유지했다. 공복이 길어지니 힘들어해서 받아놓은 약을 먼저 먹이려고 했다. 물에 타서 먹이니 이거라도 먹이자 싶은 생각이었다. 간호사님께 물어보러 거의 뛰다시피 갔는데 그 사이에 율이가 울었나 보다.
다녀오니 옆 침대 천사 엄마가 율이를 안고 계셨다. 율이 약을 물에 섞는 동안 에도 계속 안아주셨고 율이를 건네받은 후 내가 안고 약을 먹였다. 그렇게 품에서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시간은 1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대체 콧물검사라는 것은 언제 하는 건지 확인하고 싶어서 호출벨을 눌러서 물어보려고 했다.
나는 침대 하단에 위치해 있었는데 아기를 안은 채 상단에 있는 호출벨을 누르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어쩌지...’하며 있었는데 마침 천사 엄마가 문 쪽으로 나가려는 게 보였고 다급하게 "선생님!!" 하고 부르며 호출벨을 한 번만 눌러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렸다.
간호사님이 오셨고 여쭤보니 콧물검사는 안 하기로 했다며 지금 말씀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분유를 타야 하는데 잠든 율이를 내려놓으면 울 것 같았다. ‘어쩌지...’ 또 난처해하고 있는데 천사 엄마가 분유를 타주시겠다며 분유가루를 몇 스푼 넣으면 되냐고 물어보셨다. 괜찮다고 했는데 "저도 엄마인데요." 하시며 분유를 타주셨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든든하던지....
그렇게 분유를 건네받고 수유를 시작했다. 율이는 230cc를 모두 다 먹어주었다. 오전부터 컨디션이 좋은 율이! 그래 너 오늘 백일이다!
점심시간엔 천사 엄마가 오시더니 백일이라며 컵 과일을 선물로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심지어 점심을 먹고서는 내 식판도 치워주셨다. 율이 기저귀가 축축한 것 같았다며 본인이 아기를 키우며 사용했었던 기저귀도 추천해 주셨다.
감사한 마음에 손 편지라도 쓰고 싶었다. 아들은 또 정말 천사아들이라 순간 내가 만약 둘째를 갖게 되고 아들이면, 천사아들 이름이랑 같은 걸로 짓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2인실을 사용하다 보면 옆 침대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된다. 두 모자 사이의 대화는 하루 중 상당히 많이 이루어지고 박장대소하는 게 여러 번 들린다. 응급실에서 많은 가족들의 모습을 봤고 스마트폰이 대화를 가로막고 있는 듯했는데 이런 모습이 참 인상 깊다. 그리고 정말 둘이 많이 웃는다.
오늘은 옆침대에서 "내가 무슨 복을 지어서 너같이 착한 아들을 낳았냐"라는 말이 들렸다. 어떻게 아이와 관계를 맺어나가야 하는지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된다. 덕분에 율이랑 단둘이 보내보는 입원생활이 따뜻하고 한결 편안하다.
의료진분들도 살뜰히 우리 율이를 챙겨주시고, 기억해 주신다. 1차 입원 때는 율이가 생후 58일이었는데. 그때 담당 간호사님을 다시 만나게 됐다. 율이 눈썹이 진해졌다며 눈썰미 있게 변화를 알아봐 주시기도 했다.
율이의 백일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보냈다. 특히나 천사 엄마와 천사 아들과 함께 지내며 긍정의 기운을 듬뿍 받았고 큰 틀에서 내가 가고 싶은 육아의 방향에도 힌트를 얻은 듯하다. ‘유쾌함, 그리고 편안함’
그들을 보며 배운 것은 상황이 어떻든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태도! 나 역시도 율이와 계속 대화하고 율이가 보여주는 또 다른 성장의 모습에 오늘 많이 웃었다.
율이는 옹알이가 대폭발 했다. 그리고 쪽쪽이를 입으로 뱉는 게 아니라 손으로 잡아서 뺀 후 반대쪽 손을 빨고 있었다. 또 하나 놀랐던 것은 링게를 꽂고 있는 다소 무거워 보이는 발을 들며 뒤집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율이가 보여준 이 3가지 모습은 ‘정말 우리 율이가 백일을 맞이했구나!’하는 놀라운 성장을 느끼게 해 줬다. 손으로 쪽쪽이 빼서 쥐고 있고 반대쪽 손을 빨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땐 크게 놀랐다. "야~ 강율! 손으로 뺀 거야? 너 진짜 대박인데?" 이 말이 저절로 나왔다.
율이 백일 날, 여러 명의 지인들에게 축하 연락도 받았다. 정말 따뜻하고 충만하고 기쁘다. 율이의 ‘초스페셜 백일’을 못 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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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아, 율이를 만나고 엄마는 많은 걸 배워간단다. 그 배움 속에서 엄마가 느끼는 삶이 심플해지고 있어서 신기할 따름이야. 율이를 보면 귀엽고 예뻐서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데 율이가 성장하면서 보여주는 새로운 발달들은 아주 놀랍단다. 천사 엄마 말마따나 엄마가 무슨 복을 지어서 율이 같은 아들이 우리 가족이 되었을까. 참 귀한 인연이야. 율아, 우리에게 와주어 고맙구나. 사랑해. 또 또 사랑해. 한계 없는 행복과 감사, 그리고 사랑을 또다시 전한다. 사랑해 강율! 백일 된 거 다시 한번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