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5.08.04 율이 생후 427일의 기록

by 곰곰

오늘부로 율이가 14개월 아기가 되었다. 지난 13개월, 그러니까 7월은 뜨거웠던 날들만큼이나 뜨거운 한 달이었다. 흘린 눈물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말이지 피하고 싶었던 하임리히법을 직접 하게 된 날이다. 그날은 지인이 율이를 보러 놀러 온 날이었다.


거실에 상을 펴고 다과를 차린 후 범보의자에 율이를 앉혔다. 율이에게 먹일 참외도 평소 먹던 크기로 썰어 율이 앞에 놓았다. 나는 지인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려 율이를 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율이 얼굴이 아주 빨개져 있었는데 접시를 보니 참외가 모두 사라져 있었고 율이 입엔 참외가 가득했다. 한 번에 먹은 것 같았다. 재빨리 범보의자에서 율이를 꺼내 무릎 위에 엎드리게 한 자세로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 아직 다 안 나온 것 같은데?”


지인은 율이의 얼굴을 보며 말해주었다. 침착하려 했지만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등을 계속 두드렸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부엌에 있던 남편이 왔고 더 세게 등을 두드렸다.


‘턱, 턱’


끝끝내 걸려있던 참외 2조각이, 힘겹게 턱, 턱 하고 떨어졌다. 모습을 드러낸 조각들을 보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은 율이의 입 속에서, 목구멍에서 뜨겁게 데워졌을 참외 조각보다 뜨거웠을 것이다. 눈물이 아주 주룩주룩 흘렀다. 손님이 앞에 있건 없건.


두 번째 사건은 남편과의 다툼이다. 다투었던 이유를 생각하면 아주 사소했다.


“왜 화내면서 말해?”

“화 안 냈어”

“화내면서 얘기했잖아.”

“안 냈다니까”


말투를 놓고 오간 말들이 사실 다툼의 원인이었다. 율이가 말귀를 알아들은 후로 처음으로 다툰 것이었는데 그 여파가 상당히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 이후 율이는 퇴근한 남편을 맞이하러 현관으로 가지 않았다. 무려 일주일이나 말이다. 남편이 율이를 부르면 피했고 나에게만 꼭 붙어있으려고 했다. 사실 율이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안돼’라는 말만 나와도 입을 삐죽거리는 율이인데 엄마 아빠의 다툼으로 얼마나 불안했을까. 율이가 정말 다 알아들을 수 있다면 말해주고 싶었다.

“율아, 율이 앞에서 엄마 아빠가 다퉈서 미안해. 이건 율이의 문제가 아니야. 율아, 다투고 난 후엔 서로가 더 단단해지기도 해. 율이도 크면 알게 될 거야. 엄마랑 아빠는 서로를 아주 사랑하고 있단다. 율아 놀랬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율아 사랑해.”라고 말이다.

율이가 밤잠에 들어가면, 나 역시 더위를 먹은 사람처럼 뻗어버리기 일쑤였던 7월. 그렇게 13개월 율이의 시간도 흘러갔다. 시간이 마법처럼 빠르게 흐르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는 것도 시간의 마법이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율이의 말. 그날이 언제 올까 싶지만 분명한 건 오고야 만다는 것. 놀라운 하루하루가 또 이렇게 흘러간다.


20250804_어느새_427일.jpg 율이가 무려 14개월 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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