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율이를 가장 사랑한다는 착각

2025.06.24 율이 생후 386일의 기록

by 곰곰

성난 어미닭처럼 깃털을 바짝 세워 꼬꼬꼬꼬-대다 한숨 돌리며 거실에 누워 예약된 소아과 진료를 기다렸다. 병아리처럼 조그만 아기가 방에서 낮잠을 자는 동안이었다. 자는 아기의 귀에 체온계를 꽂아 열도 재보고 방의 온도가 어떤지 옆에 누워서 체크했다. 이것은 어제의 일.


아기가 아프면, 깃털을 곧추세운 어미닭처럼 어떻게든 병아리를 지켜내려는 모습이 나타난다. 지금껏 몰랐던, 새로운 나다. 아마도 아기가 아주 아주 소중해서 일테다.


하루 지나고 상태를 보니, 오전 첫 번째 응가는 설사의 형태에서 토끼똥이 되었고 두 번째 응가는 정상변이었다. 정상변을 보고 난 후에야 마음이 놓였다. 사실 친정에 갔다 온 다음날 설사 이슈가 있었다. 과일을 포함해 평소보다 많이 먹었고, 우유도 처음 먹어보는 것을 먹었다. 내가 약속을 다녀오는 동안 있었던 일이다. 율이를 봐주신 감사함은 뒤로 밀리고, 마음속에선 괜히 친정엄마 탓부터 하고 있었다. 그 마음은 정상변을 보는 순간 죄송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요즘 율이를 보고 있으면 내 삶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율이라는 아기를 만나, 이토록 웃음 가득한 날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아기가 주는 아주 커다란 덩어리 행복을 이토록 맛있게 먹는 하루하루다.

율이의 12개월도 일주일 정도 남았다. 요즘은 제법 잘 걷는다. 활동성이 커져서인지 갑자기 카시트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유모차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변화로는 제법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다. “기저귀 갈자” 하면 기저귀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고 “밖에 나갈까?”하면 현관 쪽을 손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누운 채로 “엄마 안아”라고 했더니 쪼르르 와서는 겨드랑이 쪽에 머리를 대고 안기는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마치 훈련이 잘 된 강아지 같았다. 누워있는 내게 폭 안기다니, 사랑스러운 이 작은 생명체. 이제 “엄마, 아빠, 밥”에 이어 “무(물)”도 할 수 있게 됐다.


하루에 한 번 놀이터에 가서 밖에서 걷는 연습도 시키고, 헤집어진 싱크대도 치우고, 갈기갈기 찢긴 휴지 조각들을 치우고, 여기저기 뽑아놓은 물티슈도 치우며 예전보다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되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돌이 지나니 확실히 더 편해졌다. 더 이상 분유를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지막 수유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너무 편하다. 삼시세끼 밥을 중심으로 하루가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덕에 내 밥도 이전보다 잘 챙겨 먹게 되어 여러모로 좋다.


오전엔 누워있는 율이를 만지는데 포실포실한 찐 감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이 이렇게 포실포실하지! 말로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찐 감자. 소중하다 소중해. 이 포실한 찐 감자 같은 아가가, 바로 우리 율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자. ‘내가 율이를 가장 사랑한다는 착각’


20250624_너무 소중해서일까_386일.jpg 귀여운 찐 감자, 강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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