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데 또 안 힘든, 육아는 모순이다

2025.06.11 율이 생후 373일의 기록

by 곰곰

"육아 안 힘들어?"라는 질문엔 두 가지 의미가 담긴 하나의 문장으로 말해야 한다. '몸은 힘든데 너무 행복해'. 그렇기에 '힘든 데 또 안 힘든' 이러한 모순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 평행선처럼 '힘듦'과 '행복'이 서로를 양보하지 않지만 끝까지 한 면에 있다는 것. 그러나 행복이 힘듦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순간들도 분명하다는 것.

지난 6개월 간의 이유식 여정을 돌아보면 마치 모래주머니를 달고 달리기를 했던 기분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때론 혹독했고, 아주 알찬 훈련 덕에 유아식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넘어왔고 모래주머니를 떼고 달리는 기분마저 든다. 달리기처럼 여전히 숨 가쁘게 하루하루가 '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아직까진 이유식 보단 훨씬 낫다. 지레 겁을 먹었던 것과 달리!


율이가 돌이 지나고, 특히 어제부터는 싱크대 문을 열어 온갖 잡동사니를 끄집어내며 논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오늘 생애 첫 등갈비를 먹는 모습에, 마침 오늘 마지막 수유가 끝난 것을 더해 육아 제2의 서막이 열린 듯하다.


율이에게 밥 먹기 전에 "율아, 밥 먹을까? 밥?" 하며 손 모양으로 밥을 먹는듯한 제스처를 취하면 율이는 "바바바바-빠압" 하는데 마치 밥을 빨리 달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까는 내가 잘못 들은 건지 "엄마, 바-압" 하는 것처럼 들렸다. 정말인지 모르겠지만 이 짧은 한마디에 찌르르, 또 감동스러웠다.


싱크대를 헤집어놓아서 치우느라 고된 몸이 더 고됨을 느낀 것들은 다 뒤로한 채. 레시피를 보며 허둥지둥 부산스럽게 만들었던 등갈비를 끝까지 잡아 뜯어가며 먹는 그 모습이 흐뭇하고 귀여워서 또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음엔 닭다리를 삶아볼까?' 하며 새로운 음식을 내어줄 생각에 기쁘기도 했다.


우유 양도 총 400cc를 먹어서 마지막 수유를 하지 말아보자 싶어, 내 딴엔 큰 용기를 내어 수유 없이 재웠는데 '잘 잔다!' 이렇게 갑작스레 맞이한 막수 없는 첫째 날. 드디어 분유가 끝났다는 기쁨이 아주아주 크다. 이제 삼시 세 끼에 간식, 우유 먹는 아가 사람이다! 분유에서 비롯되는 많은 짐들도 안녕!


율이가 '자아'라는 개념이 생겨나는 것인지 걷게 되면서 시야가 달라지니 그만큼 호기심도 커지는 것인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아주 크게 운다. 위험해 보일 때 "안돼"라는 말을 하면 입을 삐쭉인다. 훈육이란 것을 해보려다가 율이의 모습에 이내 웃음이 터질 것 같아 내 표정을 감추려고 티셔츠 사이로 얼굴을 집어넣는 일들도 생긴다.


내년 이맘때까지, 그러니까 24개월까지 아주아주 엄청난 변화들이 있을 테다. 12개월까지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었듯이 말이다. 이유식 여정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강도 높은 달리기 여정이 예상되지만 기대된다. 아주 많이.


20250611_힘든데 또 안힘든_373일.jpg 싱크대가 이리 재미있는 놀이 공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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