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2025.05.30 율이 생후 361일의 기록

by 곰곰

‘육아는 산 넘어 산이네요.’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돌을 앞두고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며 함께 남겨졌던 문장이었다. 나도 율이의 돌을 앞두고 생우유를 비롯해 여러 정보들을 검색하고 참이었다.


힘겹게 산등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이르고,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하산을 하는 과정. 산의 굴곡을 굽이굽이 마주하는 등산처럼, 초기이유식, 중기이유식, 후기이유식이라는 세 개의 산을 넘어 하산하는 여정에 이르렀다.


이유식은 적응할만하면 다음 스텝, 다음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만드는 게 힘든 건지, 먹이는 게 힘든 건지, 치우는 게 힘든 건지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만큼 난이도가 셋 다 높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먹이는 것과 치우는 것이 1, 2순위를 다투었다.


처음으로 덩어리 음식을 먹었을 때 물개박수를 치며 기특해했던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핑거푸드를 먹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워졌을 땐 또 다르게 성장한 모습을 보며 이유식 시간이 ‘만만치 않은 시간’처럼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어떤 물체를 가리키며 소리 지르기.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소리 지르기.


율이가 잘 먹어주었기에 그 힘으로 여러 산들을 넘겼는데, ‘유아식’이라는 산을 앞에 두고 가다 다시금 마음이 무거워진다. 마침 오늘 도착한 유아식 책을 펼쳐보는데 분명 레시피가 따라 하기 쉽다고 했건만 나는 왜 이리 어렵게 느껴지던지. 처음 이유식을 공부하던 때처럼 마음에 묵직한 산 하나가 생겨버렸다.


정말 율이의 첫 번째 생일, 그러니까 ‘돌’을 5일을 앞둔 시점에서 유아식을 비롯해 돌이 되면 변화되는 여러 가지 준비들을 하느라 나 혼자 분주한 기분이다.


지난 11개월은 ‘육아는 산 넘어 산’이라는 말처럼 능선을 하나 넘고 숨을 고르려 할 때 다시 바로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것 같이 정신없는 굴곡의 시간이었다. 행복의 강도도 세졌고 행복이 커지는 만큼 때론 미안함, 후회란 감정도 행복의 크기만큼이나 강하게 느껴지던 시간들이었다.


수없이 산을 넘었던 시간들이 내 얼굴에도 남은 건지 웃는 모습은 더없이 밝지만, 곳곳에 ‘빠르게 늙은’ 얼굴이 되어있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흰머리, 진해진 기미는 아주 일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육아가 장기 전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남편에게 말했다. “토요일마다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

남편은 그 시간을 ‘휴가’라고 표현하며 고맙게도 그날은 율이를 본인이 볼 테니 자유롭게 시간을 쓰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생긴 토요일 휴가. ‘늘어지게 누워서 제대로 쉬기’가 일단 떠오르지만 소중하게 주어진 휴가를 떠올리면 조금 설레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번 주 토요일은 뭐 하지!


문득 어릴 적 산의 정상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던 분들이 떠오른다. 그 시절 그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적도 없고 부모님께 사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았지만 어쩐지 내게 주어진 토요일 휴가가 산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맛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250530_산넘어산_355일.jpg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행복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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