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된다는 것

2025.05.24 율이 생후 355일의 기록

by 곰곰

돌잔치를 한 달 전에 했다. 원하는 장소에서 예약을 하려고 연락했을 때, 이미 상당수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돌잔치 전날, 너무 일찍 잔치를 해서 그런 것인지 ‘돌’이라는 감흥이 전혀 없었다. 잠은 설쳤지만 말이다. 율이의 첫 번째 생일파티를 정신없이 치르고 나니, 이제 알아봐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생우유를 알아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율이가 먹던 분유 브랜드에는 3단계 분유가 있었다. 3단계는 돌이 지나고 24개월까지 먹는 분유였다. 율이의 진짜 첫 생일 일주일 전엔, 이 단계 분유를 주문하려고 캘린더에 기록해 놨었다. 그런데 우연히 본 소아과의사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분유는 늦어도 14개월까지는 먹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젖병도 떼고 컵에 우유를 먹어야 한다는 것.


사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빨대컵을 잠깐 사용은 했지만 빨대를 세척하는 것이 상당히 번거로워서 일반컵처럼 생긴 자기 주도 컵이란 것을 사용했었다. 생각해 보니 율이에게 컵을 쥐어준다고 했지만 거의 다 내가 먹이는 식으로 먹였었다. 우유를 하루에 400-500cc를 먹으려면 빨대컵을 사용해야 하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급하게 예전에 썼던 빨대컵을 꺼냈는데 6개월의 율이와 지금의 율이는 너무도 달랐다. 빨대로 조금 빠는가 싶더니 이내 뚜껑을 열었다. 전에 구입은 해놨지만 뜯지 않았던 용량이 조금 더 큰 빨대컵을 뜯었다.


조금은 급하게,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빨대컵을 쥐여줬는데 빨대를 빨지 못했다. 3주 뒷면 돌인데 순간 당황스러웠다. ‘6개월부터 연습을 시켰으면 잘 먹었을 텐데...’ 내가 했던 방식이 잘못됐다는 생각과 함께 지난 6개월의 시간을 그냥 날려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6일을 조급한 마음으로 물을 마실 때면, 분유를 먹을 때면 빨대컵을 사용하게 했다. 조금씩 조금씩 빨대로 빨아들일 때 기특했다. 해낸다. 우리 율이가 해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100cc 분유를 빨대로 먹는 날을 맞이했다.


연습이 필요했구나, 정말이지. 빨대를 빤다는 것. 이 마저도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정말 얼마나 많은 시도와 연습 끝에 이렇게 사람이 되고, 어른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걸까.


또 한 가지, 돌을 앞두고 밀린 숙제를 해야 했다. 그건 알레르기 테스트였다. 이유식에 대한 지침이 바뀌어서 계란 흰자도 일찍 먹이고, 땅콩도 일찍 먹인다는데 부담스러운 마음에 미루다 보니 돌을 앞둔 시점이 되어버렸다.


다행히도 계란 흰자는 괜찮았지만 땅콩에서 와버렸다. ‘진짜 알레르기’가 말이다. 이전에 딸기, 토마토를 먹고 입 주변이 빨개진 적이 있었지만 1시간 이내로 가라앉았다. 며칠 전 방울토마토를 먹고 입 주변이 빨개졌을 때도 ‘괜찮아, 가라앉을 거야’ 하며 여유를 부렸더랬다. 후기이유식이 되면서 새로운 음식에 대한 나름의 베짱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정말 괜찮아졌기에.


하루아침에 날이 더워져서 땅콩 테스트 전날 반팔을 입히고 재웠던 터였다. 자고 일어났을 때 목덜미 뒤쪽이 살짝 빨개져 있길래 방의 온도가 더웠나 싶었다. 땅콩버터를 물에 게워 먹인 후 20분이 지났을까. 이유식을 다 먹이고 옷을 갈아입히려는데 가슴팍까지 빨개져있었다. 입 주변은 빨개지지 않아서 더워서 그런 건지 땅콩 알레르기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그래도 어쩐지 찝찝해서 오후에 바로 소아과를 갔다.


태열이 올라온 것 같다는 말로,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나겠거니 하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땅콩 알레르기라는 말에 당황스러웠다. 진짜 알레르기라니, 아무 준비 없이 듣게 된 것 같은 느낌. ‘대뜸’ 그렇게 훅. 알레르기약도 3일 처방해 주신다고 했고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연고도 발라야 한다고 하셨다. 이런 게 알레르기구나...

‘6개월에 땅콩 알레르기 테스트를 한다던데 그때 했어야 했을까요?’ 이걸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질문은 입안에 맴돈 채 어리바리하게 진료실을 나왔다.


그날 밤 율이가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려워서 그런 건지 평소보다 잠에 들 때 심하게 뒹굴었고 잘 때도 벅벅 긁는 소리가 났다. 대체 어느 부위를 긁고 있는 건지 너무도 궁금했지만 방해가 될까 불은 켜지 못하고 그렇게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율이의 가슴팍은 긁은 자국들이 있었다. 다행히도 당일날 보단 살짝 가라앉은 듯했으나 여전히 등, 가슴팍이 빨갰다. 이게 돌 치레일까. 차라리 이게 돌치레라고, 여기서 율이가 아픈 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엄마도 땅콩알레르기가 있는데 알레르기가 올라오면 후끈후끈거려서 차가운 바닥에 누워계신다고 했다. 어쩐지 알레르기가 생긴 부분은 마치 바닷가에서 놀다가 탄 느낌으로 빨갰고 만지면 뜨거웠다. 많이 불편했을 텐데, 칭얼대지 않고 잘 놀아준 게 그저 고맙다.


돌이 된다는 것, 숙제들을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는 것. 숙제들을 풀고 나면 더 큰 성장이 찾아온다는 것. 율이에게도 나에게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20250524_돌이된다는 것.jpg 율아, 크느라 고생이 많구나. 엄마도 더 노력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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