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존재를 위한 사소하지 않은 결심

클레어 키건,『이처럼 사소한 것』(다산북스, 2023)

by 작은서가


사람들 중에는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어리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가 아닌 약한 존재들이 그들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자신을 포함해 존재는 알고 있지만, 삶에서 보이지 않았던 존재를 마주한 개인이 어떠한 결심을 하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펄롱은 다섯 딸과 아내를 둔 성실한 가장으로 채석장의 석탄을 배달해 주며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고객 중 하나인 수녀원으로 석탄을 배달하던 중 우연히 수녀원에서 갇혀 지내며 강제 노동을 하는 어린 여자아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 펄롱은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미시즈 윌슨의 도움과 보살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수녀원에 갇힌 어린 존재에 대해 주변에 이야기해 보지만, 사람들은 괜히 나서지 말라고 한다. 또한 펄롱 자신도 자신의 일상이 흔들릴까 두려워 외면한다. 수녀원 석탄광에서 펄롱은 자신이 낳은 아이의 생사를 물어보는 아이를 만나고 수녀원장의 준 돈을 받고 그 아이를 내버려 두고 돌아온다. 펄롱은 미시즈 윌슨이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준 친절을 생각하며 고민하다 수녀원에서 아이를 데려온다.

이 소설은 아일랜드 국가와 가톨릭 교회가 함께 운영한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설은 모자 보호소라는 이름으로 갈 곳 없는 여자와 아이들을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시켰고, 여기에 감금되었던 사람이 3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세탁소 기록은 대부분 파기되었거나 분실되어 접근이 불가하고, 1996년에서야 문을 닫았다.

교리에 어긋난 여성과 아이들, 종교와 도덕이라는 잣대로 개인의 삶을 판단하고 갈 곳 없는 약한 존재들을 국가와 종교 집단이 함께 착취한 사건이다. 긴 시간 동안 이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목소리와 힘을 갖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었기 때문이고, 바쁜 일상 속에서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지 않는 ‘사소한 존재’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의 한 부분을 포기할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펄롱은 미시즈 윌슨이 자신에게 준 ‘사소한 친절’과 사랑을 잊지 않고, 이들을 위해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사소한 존재를 위한 사소하지 않은 결심을 하는 여정. 이러한 행동이 다음 좋은 세상으로 가는 첫걸음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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