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록, 미래에 아이에게 전해 주고픈 선물

by 작은서가

12살 아이에게는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조금은 괴상하고 어찌 보면 귀여운 작은 피규어이다. 주말까지 일하는 남편과 직장생활을 하는 나 사이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어떤 아이들보다 긴 시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긴 시간을 아이와 함께한 것은 작고 귀여운 피규어이다. 아이는 학교를 갈 때 주머니에 마음에 드는 피규어를 주머니에 넣고 하루 종일 조심스럽게 꺼내 보며, 때론 조몰락 대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피규어 취향도 점점 깊이가 깊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타요, 뽀로로 등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유행처럼 좋아하는 피규어를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는 캐릭터 피규어를 종종 사곤 하지만 귀엽지만 어딘가 괴기스러운, 독특하고 작은 피규어를 산다. 여행을 하다 진열장 한구석에서, 가차샵에서 자신의 피규어를 ‘발견’해낸다. 그리고 씩 웃는 아이를 보면 사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독특한 피규어를 모으는 취미와 함께 아이가 즐기는 것이 있다. 바로 만화 그리기이다. 뭔가 서사가 있는 만화는 아니지만, A4 용지를 접어 스테이플러로 가운데를 고정시켜 만든 아이가 만든 작은 만화책의 주인공은 귀엽지만 어딘가 괴기스러운 아이가 좋아하는 피규어들과 닮았다. 단순하고 조그만 모습을 했지만 귀엽고 엉뚱한, 그리고 숨겨진 힘을 가진 캐릭터들. 조금씩 섬세해지고, 풍부해지는 이야기에 아이의 만화를 만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깔끔하지 않은 엄마와 취향이 풍부한 아이가 만나 아이의 방은 맘껏 어지러워졌다. 더 이상 무엇인가 더 들어갈 여유가 없을 정도로. 아이는 언제부터인가 방에서 더 이상 숙제와 창작활동(?)을 하지 않고 그나마 정돈된 마루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책상과 책가방에 어지럽게 채워져 있는 아이가 그린 만화가 구겨져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명색이 엄마가 기록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데,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이 너무 꽉 차있는 것 같아. 피규어들은 어떻게 하고 싶어?"

"절대 버리면 안 되지!"

"그럼 피규어를 정리할 수 있는 장을 사줄게. 남기고 싶은 것과 정리하고 싶은 것을 네가 구분하고 정리하렴."

"네~!"


아이의 책장에 올려놓을 피규어장 4개와 아이가 그린 만화와 아이와 받은 편지와 생활 기록부 등을 정리할 수 있는 파일을 샀다. 아이는 피규장에 자신의 수집품을 전시하며 피규어와 함께한 추억을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 이 피규어 있잖아. 이거 아빠가 강원도 여행 갈 때 사준 거잖아. 이건 서현이 누나가 준 거고."

아이와 관련한 기록은 파일로 내가 다시 정리하였다. 크게 아이의 창작물과 생활기록이다. 창작물에는 그린 날짜들을 연필로 표기해 언제 아이가 만들었는지 잊지 않도록 하고, 연도별로 파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학교 생활기록부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 등은 별도 다른 파일에 한 장씩 넣어 정리했다.


어느새 취향을 가진 한 사람으로 성장한 아이의 시간이 아이의 수집품과 기록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게으른 나와 기록관리를 하는 직업인 사이에서 아이의 기록을 꾸준히 잘 모으려는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도록, 오늘을 기록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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