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록하는 산책

by 작은서가

어느 날 회사 동료가 요즈음 즐겨 듣는 방송이라며 팟캐스트 <암과 책의 오디세이>를 소개했다. <암과 책의 오디세이>, 제목 그대로 '암'과 '책'의 이야기가 있는 방송이다. 팟캐스트 진행은 독서 플랫폼 '그믐'의 김새섬 대표와 장맥주, 소설가 장강명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이다. (여기에서는 그냥 김새섬, 장맥주라 하겠다.) 평소 장강명 작가의 소설과 글을 좋아했고, 에세이와 소설 그리고 방송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의 아내 김새섬도 알게 되었다. 이후 장강명 작가의 에세이와 소설에 등장했던 그의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독서 플랫폼을 창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김새섬의 새로운 직업 여정에 관심을 갖고 그의 글과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응원하고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고, 이야기도 잘하는데 진로를 바꾸길 너무 잘하셨다고 생각하던 차에 갑자기 김새섬이 교모세포종을 앓게 되었고, 항암 치료 중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항암치료를 받고 통증과 싸우며, 한쪽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생각하는 동안 이 둘은 어떻게 팟캐스트를 시작할 생각을 했을까? 그 이야기는 팟캐스트 초반, 그리고 중간중간 계속 등장한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김새섬과 장맥주는 오늘 이 이 순간,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이지 않았을까?


팟캐스트는 매일 김새섬과 장맥주가 아침 산책을 하며 10분 정도의 대화로 구성된다. 김새섬의 또렷만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제 건강을 모두 회복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아니었다. 평균 생존율이 1년 내외라고 담담하게 이야기에 내 마음까지 울렁거린다. 사람은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죽음에 대해 잘 생각하기 쉽지는 않다. 무거운 병 앞에도 농담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팟캐스트는 부부의 대화라기보다는 장맥주가 김새섬에게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 "처음 교모세포종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처럼 질문을 하면 김새섬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진지한 대화가 진지하게만 이어지지 않는다. 가끔 장맥주가 실없어 보이는 농담을 하면서 "역정을 내시는 겁니까?"라고 말하면, 자연스럽게 "열정이라고 해주세요."라며 받아치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를 듣고 있으면 피식 웃게 된다.


10분 동안의 짧은 방송이지만,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때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와 같은 진지한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과 함께 항암치료 등에 대한 의료 정보, 책 추천, 그믐을 만들게 된 계기 등 평소 암에 대해 궁금했던 정보와 일에 대한 생각과 고민 등의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아침 동네를 걸으며 녹음하는 방송이라 주변 소음이 그대로 방송에 담기게 된다. 이 소리들과 목소리를 함께 들으면 마치 함께 산책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디세이'는 모험과 역경의 여정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새섬과 장맥주의 아침 산책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빌며 팟캐스트를 통해 이 여정과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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