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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

by 작은서가

2월 말, 겨울의 끝자락과 잘 어울리는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국립현대미술관, 2021.11.11.~2022.03.01.) 전시를 관람했다.


박수근, 독특하고 한국적인 화풍으로 잘 알려진 화가이다. 전시에서는 19세에 그린 수채화부터 51세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작품까지 자료와 함께 전시되어 있어 박수근 작가의 작품과 생애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에서는 박수근이 그린 습작들과 그림 공부를 할 때 참고하였던 스크랩 자료, 책 등이 전시되어 있다. 집안이 어려워서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갔던 성실한 작가의 면모를 만날 수 있었다.


2부 '미군과 전람회'에서는 195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시기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미국 PX에서 초상화부에서 일했을 적 박완서가 박수근의 삶을 모티브로 쓴 <나무>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 코너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다. 바로 <실직>이다. 단순한 선과 색으로 그려진 두 사람의 모습이 이렇게 실식을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실직>, 1961, 하드보드에 유채, 개인소장

3부 '창신동 사람들'은 박수근이 10년 동안 살았던 창신동에서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코너에서 <세 여인>, <아기 업은 소녀> 등 익숙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 벽면도 1950~1960년대 전후 어려웠던 시대의 색과 질감을 표현한 듯한 진회색 벽면이 그림과 잘 어울렸다.


3부 '창신동 사람들' 전시 모습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에서는 다양한 나무 그림과 반도화랑을 통해 판매되었던 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유행했던 화풍을 따라 하지 않고 자신의 화풍을 지켜나갔던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고목>, 1961, 종이에 수채, 색연필, 개인소장


박수근 작가는 자신의 작품 스타일을 지켜가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작은 변화를 통해 작품 세계를 완성한 것 같다. 그의 작품과 함께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수근'이라고 적는 그의 서명이다. 꾸밈없이 한글로 또박똑박 남긴 서명도 그의 작품과 닮이 있다.


박순근 작가의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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