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자는 일

by 키키 리리

어젯밤 자려고 누웠는데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엎드린 채 눈을 뜨니 베개 줄무늬가 실뱀처럼 구불구불 흘러갔다. 양 옆에서 잠든 어린 자식들은 어미의 팔과 손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삶이 형벌 같았다. 곱게 포장해서 이야기이지 늘 부탁하고 요청하고 명령한다.


원격 수업을 하느라 화면 너머 학생들을 만난다. 이게 뭘까요?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누가 대답해볼래요? 화면 켜 주세요. 열이면 열 대답이 없다. 내 목소리가 잘 익은 사과처럼 땅에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화되자마자 얼어버린 입김처럼 땅바닥에 아무렇게 흩어졌다.


어린 자식 둘에게 늘 잔소리를 한다. 그네들이 내 말을 안 듣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아픈 어미의 마음이 너무나 좁다.


몇 달 전, <<환상의 빛>>을 읽은 이후로 늘 내 마음을 사로잡은 문장이 있다. 당신은 왜 그날 밤 치일 줄 뻔히

알면서도 한신 전차 철로 위를 터벅터벅 걸어갔을까요. 살기 싫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죽고 싶어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말.


죽고 싶진 않지만 사라지고 싶었다. 그 둘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 땅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버겁다. 항상 벼랑 끝에서 사는 기분. 안전지대에 머물면서 가끔 벼랑 끝에 서는 사람과 항상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의 삶은 당연히 다르지.




태풍 때문에 한밤중에 깬 첫째가 무섭다고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몸을 비스듬히 세워서 첫째의 가슴과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가 옆에 있어, 괜찮아. 괜찮아. 눈 감으면 잠이 올 거야. 괜찮아.


한참을 두드려주니 이불을 둘둘 감은 채 곤히 잠들었다. 어미의 말을 듣고 안전지대로 이동한 첫째의 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모로 누워 몸을 잔뜩 웅크렸다. 이젠 내가 안전지대로 옮겨갈 차례였지만 이불을 가랑이 사이에 낀 채 벼랑 끝에 누웠다. 그리고 새벽녘에야 겨우 잠들었다.




*사진출처: Unsplash, Blake Ch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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