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핍을 사랑하지 못할까?

by 키키 리리

나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들었다. 중간 크기의 닭 세 마리가 담긴 솥에서 야들야들한 살과 뼈를 모두 분리한 참이었다.


"엄마 있어요?"

"왜? 무슨 문제 있나? 엄마는 운동 갔는데......"

아버지는 내가 전화하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아니요, 아까 주신 닭백숙 말인데요, 고기에 비해서 육수가 너무 적어서 혹시 집에 육수가 더 있으면 가져가려고요."

"글쎄다... 잠시만 기다려봐라."


아버지는 부엌 이곳저곳을 살펴보시더니 조금 남아 있다고 알려주셨다.


"고기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기 힘들어요."

"그래? 그렇구나. 다음에 조금만 하라고 전할게."


그제야 속이 조금 풀렸다. 엄마가 주신 닭백숙을 나는 거의 먹지 않는다. 남편은 주말에만 집에 오고, 애들은 어린이들이니 닭 세 마리를 모두 먹으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실 먹기 싫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많이 주시면 어떡하냐는 투정이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이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내가 배은망덕하고 배가 불러터졌다고 욕할지도 모른다. 맞다, 난 이기적인 딸이고 나밖에 모른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하셨는지 안다. 엄마는 항상 많이 주셨고, 나는 많은 양을 엄마 모르게 버렸고 괴로워했다.




지난번에 엄마를 봤을 때, 엄마는 집에 간이 철봉 같은 것을 사서 매달려라, 배에 힘주고 걸어라, 배에 쑥뜸을 해라- 이런 잔소리를 늘어놓으셨다. 그러자 어린 시절 사람들 앞에서 내 외모로 창피를 주시던 때가 생각났다. 엄마 눈에는 구부정한 내 모습밖에 안 보이는 걸까? 왜 자식의 부족한 점만 지적하고 늘어놓으실까? 그게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일까? 그게 사랑이라면 나는 그 사랑에 사로잡혀 밤마다 깊이 잠들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방금 전 전화도 안 하면 그만이지만 순간을 참지 못했다. 깊은 마음속에는 원망이 있었다.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살게 된 게 당신들 탓도 있다고 왜 이런 기질을 물려주고, 왜 그리 키웠냐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다가 기어이 터진 것이다.


나는 왜 결핍을 사랑하지 못할까?


이 채워지지 않은 덧없음은 일평생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고 그럴 때마다 숱한 감정 속에서 미움과 원망이 솟아올랐다.


나는 정신과 치료를 수년 째 받고 있고, 온갖 상담도 다 받은 사람이니, 배운 자로서 질문을 다르게 바꿔본다.


"나는 결핍을 사랑할 수 없구나, 그럴 수밖에 없구나." 상담 선생님은 질문을 바꿈으로써 나를 이해하는 폭을 넓히라고 말씀해 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부정적인 반응과 습관은 워낙 오래되어서 고치려면 오래 걸린다고 하셨다.


나는 또 한 번 나를 알아차린다. 난 결핍 많은 인간이고, 이 결핍에서 빠져나오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진짜로 내가 원하는 모습은 결핍 많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아무것도 고치려고 애쓰지도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안다.




전화를 끊고 마음이 점점 불편했다. 이 출렁거리는 마음속에서 그래도 애들이 닭고기 맛나게 먹었다고, 감사히 잘 먹었다고 다시 전화를 해야겠다. 나는 내 부모님을 사랑하고, 그분들이 나 때문에 이미 오랜 시간 고통받아왔으니 조금이나마 그 고통을 덜어주길 원하니까. 난 너무 커버려서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도, 내 감정이 우선이라는 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속상하고 아픈 건 그것대로 묻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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