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죄책감과 자책
"시험 문제에 오류가 있었어요. 사실 오타였는데 답을 찾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지요. 그 학생 말고도 두어 명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제가 설명하니 수긍하고 돌아갔어요. 그런데 그 학생만 계속 저를 붙잡고 불만을 표출했어요. 이미 시험이 끝난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 성적 처리가 거의 끝난 상황이었거든요. 학생에게 또 설명했지요. 학생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갔어요."
의사는 학교 사정에 대해 잘 모르니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다.
"만약 재시험을 치려면 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요. 성적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야 하고, 가정통신문도 새로 내야 하고, 무엇보다도 성적처리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서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끊임없이 제 탓을 했지요. 왜 오타를 냈을까? 몇 번이나 사전 점검을 했지만 제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요.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나는 괴로워서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다른 선생님께 상의드리니, 그 문제가 진짜 이상하고 답을 찾는 데 곤란했다면 시험 중간이나 시험이 끝난 당일에 학생들이 몰려와서 이의 제기를 했을 거라고 하시네요. 게다가 시험이 끝난 당일에 정답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아무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오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런 것 같았죠. 전 정말 오타가 있는 줄 몰랐어요. 그 학생이 말하기 전까지는요."
나는 억울한 심정을 담아 내 변명을 있는 대로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죄책감과 불안에 대해서도.
"그 학생이 이의를 제기한 날은 목요일이었고, 주말 내내 악몽에 시달렸어요. 혹시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거나 교무실로 바로 찾아와서 저에게 따지는 상황을요. 심지어 학원 강사까지 저에게 전화를 해 오면 어떡하나,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교무실에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며 눈치를 살폈어요. 혹시 나를 찾는 전화가 걸려 올까 봐 너무 불안했어요.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을 생각했지만 어쨌든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어요. 욕을 마구 들어먹고 재시험 치면 되고, 성적 처리 날짜가 급박하지만 그것도 서둘러하면 되고, 결정적으로 사람이 죽거나 다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을 고칠 방법이 있다고 믿었죠. 진짜 운이 좋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고요."
내가 말을 마치가 의사가 입을 열었다.
"오로지 내 탓은 아닌 거죠."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 탓하는 것도 배워야 해요." 의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을 탓하는 일에 익숙해지세요, 그러면 편안해질 거예요.
나는 인간관계에서, 사회생활에서 좀 더 편안함을 찾고 싶고, 이제는 나를 그만 괴롭히고 싶다.
그러니 의사의 말을 기억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