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완벽주의
"그런데 밤마다 식은땀을 흘려요. 일주일에 서너 차례 정도요. 집은 따뜻한데 자려고 누우면 늘 추워요."
"언제부터 그랬죠?"
"작년 12월부터요."
"힘든 일이 있었나요?"
"어떤 업무는 혼자서만 할 수 없어요. 행정실이나 다른 교사 혹은 관리자의 협조가 필요하죠.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일정을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고 돌발상황도 발생하죠. 밑에서부터 일을 해야 할 사람은 저인데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시키는 대로만 하면 힘들어요. 제가 마치 소모품 같아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곧잘 우울해지요. 그런데 지금 일 때문에 힘든 건지 아니면 늘 외면당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힘든 건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커다랗게 한숨을 쉬었다.
"아마 둘 다 일거예요. 과거의 일이 영향을 미치죠."
나는 조용히 앉아서 그의 말을 들었다.
"모든 일이 다 리리 씨 책임은 아니에요."
"네?"
"의견을 제시했는데 거부당했잖아요. 만약 그래서 일이 잘 안 풀렸다면 그건 리리 씨 잘못이 아니라는 거예요. 최종 책임자는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요. 그러면 부담감이 조금 줄어들 거예요."
그는 다정하게 말을 이어갔다.
"혹시 너무 잘하려고 애쓰고 있는지 생각해보셨나요?"
"아뇨." 나는 단호히 말했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 마음을 바꿨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얼마나 애를 쓰며 하고 있는지 말이죠."
"그럴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 좋아요."
"다른 사람이요?"
"지금 리리 씨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물어보는 거죠.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오히려 내가 보지 못한 점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또 나와 정반대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관찰해봐요. 분명 배울 점이 있을 거예요. 물론 그 둘을 딱 섞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잖아요?"
진료실을 나왔다. 약이 조제될 동안 그의 마지막 조언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나와 정반대인 사람? 불행히도 누군가가 즉각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업무에 무책임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윈 사소하게 뭉개버리는 대범함을 가지고 있다. 대신 다른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답답한 사람이 내 일을 해 줄 거야)를 바탕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 어찌 되었든 그의 삶은 굴러간다. 굴러가는 방향이 그가 진정 원하는 방향인지 잘 모르지만.
이렇게 써 놓으니 우습다. 의사의 조언은 이 사람처럼 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도 있으니 너무 애쓰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나에겐 힘 빼기도, 일을 대충 하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