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엄마, 우울하지 않은 아이
첫째와 함께 춤을 췄다. 아이는 내 가슴 쪽에 얼굴을 대고, 오른쪽 팔로 나를 안았다. 나도 아이를 안았다. 그런 다음 우리는 나머지 팔을 살짝 뻗어서 손을 맞잡았다. 라디오에서 나온 음악은 Real Group의 Today(원곡: 존 덴버)였다.
발은 가벼웠다. 몸도 가벼웠다. 우리가 빙그르르 돌자, 세상도 우리처럼 둥글게 돌았다. 춤은 엉성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의자에 앉아서 우리를 지켜보던 둘째가 말했다.
"엄마랑 누나 결혼하네. 엄마는 아빠랑 결혼했는데, 안 돼."
자못 심각한 목소리에 내가 말했다.
"그냥 춤이야. 춤추는 거야."
자기 전,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같이 불렀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늘 그렇듯, 나머지 부분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첫 소절만 계속 반복했다.
"내일, 엄마가 가사 출력해줄까?"
"좋아."
우리는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 우리 집 물고기도 잠들어 있는 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나 생각했다.
단조롭고, 단순한 삶이지만 오늘 하루도 어제처럼 행복하기를,
나를 걱정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평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많이 흘러나오기를,
두 아이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기를,
내가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기를.
하지만 내 소망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더라도 괜찮다.
나에겐 많은 날들이 남아 있으니까.
나에겐 수많은 '오늘' 이 있으니까.
나의 삶이여, 나를 축복해 주기 전에는 그대를 보내 주지 않으리.
- 카렌 블릭센, '아웃 오브 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