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를 부르는 밤

by 키키 리리

나는 종종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다.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하루의 일과를 끝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제는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첫째는 내 왼쪽 팔 전체를 감싸듯이 부둥켜안고, 둘째는 내 오른손을 꼭 잡아서 깍지를 낀다. 내 곁에 누워있는 이 존재들은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다. 가마솥에 눌어붙은 누룽지처럼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른다. 그럴 때면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지고, 팔을 마구 흔들어 떨쳐내고 싶다가도, 한 편으로는 이 어린것이 오롯이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이상해지곤 했다.


나는 이 어린것들의 어미이며, 버팀목이며, 보호자다. 나는 강하고 튼튼하고 건강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반대의 요소들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부담감을 느낀다. 나는 어느새 '엄마'라는 옷을 입고 이 컴컴한 방에 누워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죽음같이 고요한 밤이었을 테지만 그들의 존재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는 이대로 삶을 계속 영위해야 한다는 사실을 끝없이 일깨운다.



내가 주로 부른 노래는 동요 <과수원 길>이었다. 이상하게 <섬집 아기>와 <오빠 생각>은 부를 수 없었다.

<섬집 아기>는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고, <오빠 생각>은 울적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제목도 알 수 없는 자장가이다. 외할머니가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종종 불러주곤 했던 노래인데 나 역시 그걸 귀동냥으로 듣고는 곧잘 불렀다.

(검색해보니 1946년에 만들어진 동요풍 가곡이다)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소록소록 잠들라-
하늘나라 아기 별도 엄마 품에 잠든다
둥둥 아기 잠자거라
예쁜 아기 자-장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장가는 전래동요인 <새는 새는 나무 자고>이다.


자장자장 자장자장 자장자장 잘 자거라
새는 새는 나무 자고 쥐는 쥐는 구멍 자고
소는 소는 마구 자고 닭은 닭은 홰에 자고
메골메골 메고라지 풀섶에 잠을 자고
납닥납닥 송어 새끼 바위 아래 잠을 자고
따끔따끔 따개비는 바위 붙어 잠을 자고
옹골종골 솔방울은 나무 붙어 잠을 자고
능청능청 누렁이는 마루 밑에 잠을 자고
우리 아기 어디 자나 엄마 품에 잠을 자지
자장자장 자장자장 (가사 출처: 책 <새는 새는 나무 자고> , 창비)


4·4조 가락의 자장가이다. 같은 멜로디가 무한 반복되면서 가사만 바뀐다. 사실 저 가사를 모두 외운다는 것은 내게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처음과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 주위 자연물과 동물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바꾼다.


이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둘러싼 세상 만물이 나의 행위에 같이 동참한다. 그래서 덜 외롭다. 어린것들을 재우는 세상 모든 어미의 마음이 느껴진다. 고단한 삶을 영위하지만 어린것들을 보살피는 엄마의 마음은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넓다.


나는 과연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내 인생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어설픈 연극만 하다가 끝날 것 같지만 그 연극이 끝나고 나면 누군가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나를 기다린다.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자신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다. 서툴고 뻣뻣하기 그지없는 몸동작도 괜찮으니 자신을 안아달라고 말한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린다는 사실이 짐처럼 느껴지지만 때로는 이상한 방식으로 나를 위로한다. 내 쓸모없음이, 쓸모없을 것 같은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 나의 허기를 채운다.


나는 하루 중,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밤이 제일 좋다.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할 수 없고, 꾀꼬리처럼 맑은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노래할 수 있고, 아이들을 위해 자장가를 불러줄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내 노래를 듣고 잠에 빠져든다. 아주 평화롭게 말이다.


대체 이것 말고 뭘 더 바랄 수 있을까?


나는 오늘 밤에도 자장가를 불러주며 내 쓸모에 대해, 내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