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앞에 쭈그리고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 우산 없이 뛰는 사람, 개와 같이 걷는 사람, 배달 오토바이, 쓰레기 수거 차, 검은색 차, 회색 차,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하늘을 나는 까마귀, 푸른 산, 흩날리는 비, 이 높은 곳까지 비를 피하기 위해 우리 집 창틀에 매달린 초록색 벌레까지- 나는 오랫동안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당장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이 정도 비면 잠바 하나와 모자만 눌러쓰고 마냥 걸을 수 있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질 찰나, 원격수업 듣던 큰 아이가 나를 불렀다.
"엄마,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아이에게 다가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잠시 뒤, 안방 문 뒤에 쭈그리고 앉아 울었다.
난 우울증 약과 공황장애 약을 여전히 복용 중이다.
어떤 순간은 약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할 때가 있다.
세상에서 제일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나'일 때, 마냥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이 생각이 행동으로 변할까 봐 두려울 때, 남편에게 죽고 싶다고 말한 뒤 곧바로 후회할 때- 바로 오늘 같은 날.
작은 아이가 나를 발견했다.
"엄마, 슬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잠시 후, 자신이 제일 아끼는 피카츄 인형을 들고 왔다.
"엄마, 안고 있어."
나는 인형을 두 팔로 안았다. 인형은 작았고, 내 슬픔은 거대했다.
아이가 떠났다. 입술을 깨물고, 이를 악 물었다. 흘러내린 콧물과 눈물을 옷으로 아무렇게나 닦았다.
아이가 돌아왔다. 나는 아이에게 인형을 건넸다. 그러나 아이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이는 엄마가 자기에게 다가오리란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엄마의 슬픔이 얼마나 거대하든 상관없다는 듯이.
나는 무릎을 굽히고 반쯤 섰다. 아이가 다가오더니 두 팔을 둘러서 나를 안아주었다.
작은 심장과 작은 손이 나를 어루만졌다.
내가 무슨 수로 이걸 거부할 수 있을까?
어째서 나에게 이런 순간이 찾아올까?
사람의 온기 따윈 믿지 않는 내가.
아이는 고작 6살인데.
"엄마, 이제 안 슬퍼?"
"응, 그래."
아이가 웃었고, 나도 따라서 조금 웃었다.
-2020.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