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그린 내 얼굴

by 키키 리리

어린 딸이 내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아무리 봐도 본인 얼굴에 안경만 그려 넣은 꼴이다. 아니면 우리 둘이 닮았던가. 안경 너머 내 눈동자가 까맣고 선명한 게 마음에 든다. 약간 우울해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만날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엄마 모습이 아니라 다행이다.


딸이 그린 내 얼굴


내가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은 아이들 사이에 끼여서 잠을 청할 때이다. 고된 하루를 마감해서 좋고, 엄마한테 달라붙는 말랑말랑한 아이들이 좋고, 잘 수 있어서 좋다. 잠들기 직전, 내가 먼저 말한다. "사랑해." 그러면 딸이 말한다. "사랑해." 아들은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지만 오늘은 말했다. "사랑해."


딸은 내게 자주 묻는다. 아이는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엄마, 필요한 게 뭐야?"

"없어."

"잘 생각해봐. 책 말고."

"알잖아?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쳇."


난 아이가 줄 수 없는 걸 요구한다. 아이는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사라지지만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슬그머니 카드를 내민다. 내용은 안 봐도 훤하다. 사랑고백이다.




아이는 내가 줄 수 없는 걸 요구한 적이 없다. 엄마의 관심이나 사랑이면 충분했다.


"엄마, 내가 불러 주는 거 좀 적어줘."

"엄마, 입이 심심해."

"엄마, 엄마, 내 말 듣고 있어?"

"엄마가 오늘 나를 아프게 했어."

"짜장이랑 미역국 말고 다른 건 없어?"

"엄마, 놀아줘."

"엄마, 뭐하고 놀까?"

"엄마, 내일 아침엔 8시에 깨워줘."


어떤 때는 '엄마'라는 말을 듣자마자 도망치고 싶었고, 제발 엄마를 찾지 마라고 소리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내 눈치를 살피다가 다시 찾아온다. 자신의 요구를 엄마가 들어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건 엄마에 대한 믿음일까? 엄마가 지금 혼자 있고 싶어 해도, 잠시 뒤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매번 엄마 곁을 떠나지 않고 머물겠지.


나는 마음이 아파서 잠든 녀석들의 이불을 꼭꼭 덮어주다가 슬그머니 그들 사이로 기어들어간다.


매일 이런 하루가 반복된다.


-2020.12월

이전 04화나에게 피카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