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매일 저녁마다 토해요

내 안의 완벽주의

by 키키 리리

어느 순간부터 매일 토하고 있었다. 어느 지점이었을까? 무엇이 나를 관통했기에 매번 저녁마다 변기를 붙잡고 구역질을 하고 있을까? 나는 내 상태가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만 토했고, 반드시 저녁에만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무게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늘어났다. 아빌리파이정을 먹고 2개월 만에 5킬로그램이 쪘다. 나는 스스로 뚱뚱하다고 여기지 않았으나 복부와 허벅지에 붙은 살을 보며 경악했고 가느다랗고 잘록한 허리로 살았던 몇 년을 잊지 못해 살이 불어버린 몸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10년을 우울증 환자로 지내오는 동안 다양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신경안정제를 먹었다. 그러나 아빌리파이정의 부작용처럼 날 괴롭힌 것은 없었다. 작년 겨울, 손 하나 까딱할 정도의 힘도 없어서 계속 누워서 지내던 시기가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로 간 오전 8시 이후면 온 집안의 블라인드를 다 내리고 끼니도 거른 채 잠만 잤다. 이런 나를 구해준 것이 아빌리파이정이었다. 그러나 체중증가가 부작용으로 따라올지는 몰랐다.


토하기 시작하자 체중이 느는 속도가 그나마 느려졌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오래 기다릴 것을 각오하고 병원으로 직행했다. 예약날짜는 5일 뒤였지만 뭐라도 붙잡고 싶은 생각이었다. 무려 2시간을 기다린 끝에 내 이름이 불렸다.



의사가 차트를 쳐다볼 틈도 없이 나는 입을 열었다.


"이제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요. 항우울제 용량을 늘린 뒤로는 그런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어요. 대신 살이 쪄서 매일 토해요. 아빌리파이정을 먹고 5~6킬로 정도 쪘어요."


의사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렇게 물었다.


"혹시 이전과 달리 많이 먹지 않나요? 특히 탄수화물이요."


나는 항변하듯 대답했다.


"탄수화물은 원래 많이 먹었어요. 아빌리파이정 먹기 전부터요."


"운동을 따로 하나요?"


"점심 먹고 나면 늘 걷고요, 집에서 홈트도 40분가량 해요."


"이상하군요."


사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아빌리파이정 때문에 살이 쪘다는 내 말을 의사는 믿지 않았다.


"살이 쪄서 뚱뚱하다고 느끼나요?"


"좀 그런 편이에요. 스스로 못났다고 느끼고 보기가 싫어요."


"혹시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셨나요? 가족은 뭐라고 그래요?"


"다른 사람은 저한테 관심이 없잖아요. 가족들도 별 말 안 해요."


"우울과 불안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굉장히 주관적으로 평가해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죠. 그래서 기준도 높은 편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보세요."


"음... 다른 사람들은 분명 제게 지금 이 상태가 보기 좋다고 괜찮을 거라고 말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못 받아들이니 그게 문제죠."




"토하고 나면 늘 기분이 좋고 편안해져요. 그래서 토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아마 토하는 행위가 신경안정제 역할을 해서 그럴 거예요. 더는 살이 안 찔 거라는 안도감 따위가 뒤따르니까요. 일단 아빌리파이정을 줄여보고 그래도 체중이 늘고 토하는 행위가 계속되면 식욕억제제를 쓸 수 있어요."


"그거 먹으면 중독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은 종류로 처방할 수 있어요. 식욕억제제는 굉장히 종류가 많습니다."


"네."


나는 식욕억제제를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만 살을 빼고 싶고, 아빌리파이정을 먹고 싶지 않을 뿐이다.


"토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사가 내게 물었다.


"적게 먹고, 운동하는 거예요."


"잘 알고 계시군요."


나는 한숨을 푹 쉬며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이며, 살이 찌는 것과 이사 문제로 골치가 아픈 걸 제외하곤 크게 힘든 일은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될 것인가?


의사 말대로 이전보다 더 많이 먹는 건 아닌지 점검을 해봐야겠다. 특히 퇴근 이후 저녁에 많이 먹는 편인데 그것 때문에 살이 찌는 걸까? 그렇다고 갑자기 살이 5킬로그램 이상 찔 정도로 많이 먹는 건 아닐 텐데...... 다른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아빌리파이정의 부작용으로 체중증가와 식욕이 있다는 내용을 보았다.


이유가 뭐가 됐든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접을 수 없다. 토하는 것 말고 더 건강한 방법으로 살을 빼야겠다고 마지막 문장을 쓰려다가 그만둬버렸다.


다짐 따윈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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