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지금의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우울과 불안

by 키키 리리

"제가 30대 초반이었을 거예요. 반에 통제불능인 학생이 3명 있었어요. 친구들 괴롭히고, 지각은 밥 먹듯이 하며, 교과서에 제 욕을 빼곡히 적어놓았어요. 반성문(지금은 반성문조차 쓸 수 없다)을 쓰라고 하면 담임 때문에 빡친다고 적어놓길 예사, 그들의 부모 또한 절 힘들게 했죠. 제 지도 방식이 마음이 안 든다며 교장실에 바로 찾아갔고 교육청에 고발한다고 난리 쳤었죠. 밤에 자다가도 전화를 받고 학부모의 폭언을 들었어요. 그렇게 수개월을 시달린 끝에 죽으려고 했어요. 목을 맸는데 서이초 선생님의 자살 사고 이후로 그때 기억이 땅 속에서 고구마처럼 자꾸 딸려 나와요."


"일종의 트라우마군요."


"맞아요." 나는 침울하게 말했다.


목을 맸는데 너무 숨 막혀서 실패했고, 난간에 걸터앉았는데 무서워서 내려왔다. 그렇게 꼴딱 밤을 새우고 학교에 갔더니 어제와 다름없는 일상이 펼쳐져 있었다. 내가 죽든 말든 학교는 그렇게 굴러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리리님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저요?" 나는 잠시 코웃음을 쳤다.


"병가를 내고 휴직도 연달아했을 거예요. 교실이 어떻게 되든 말든 나부터 살려고 도망쳤을 거예요. 자살 시도까지 한 걸 보면 아마 우울증이 심각했을 테고 정상적인 판단은 불가능했겠죠."


나는 그때의 내가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왔다. 당시 나는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쉬어야겠다는 결심도 전혀 하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로 2년 뒤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처음 가보게 된다.


의사는 나를 바라보았다.


"많이 단단해지셨군요. 성숙했다고도 볼 수 있고요. 나쁜 기억이 떠오르지 못하도록 아예 막을 수는 없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는 있어요.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요.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지금의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좀 더 성숙한 나를 인지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뜻인가요?"


"물론이죠. 단, 절대 그 당시의 나로 돌아가서 회상하지는 마세요. 오히려 독이 됩니다."


나는 그의 말 뜻을 잘 이해했고 다시는 죽겠다고 난리 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 외에 또 다른 문제는 없나요?" 그가 내게 물었다.


"이런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어요. 주말 부부인데 남편은 늘 바쁘고 집에 오면 애들 챙기느라 짬이 없어요. 그리고 잘 이해해 줄 지도 미지수고요. 다른 동료 선생님하고 말하면 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아요. 오늘도 교사 모임이 있는데 핑계를 대고 안 나갔어요. 사람 만나기도 싫고 누군가의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일도 버거워요."


"많이 무기력하군요."


"아버지도 애들 데리고 본가에 오라고 계속 말씀하시는데 그것조차 귀찮아서 거절했어요. 아버지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저 역시 마음을 안 바꾸죠. 둘은 마치 평행선 같아요."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것 외에는 괜찮아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요."


"우울하고 무기력한 게 큰 거죠." 그가 싱긋 웃었다.


"그게 큰 건가요?" 나는 놀랐다. 항상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그게 일상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맞아요. 그러니 약을 줄이긴 힘들 것 같고 일단 지금 약 그대로 쓸게요. 괜찮죠?"


"네."


나는 또다시 지난달과 똑같은 30일 치 약을 처방받았다.




갈 길이 멀고 내 우울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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