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은 소나무

요조 『아무튼, 떡볶이』

by 키키 리리

저는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그 노래만 계속 듣습니다. 걸을 때도 듣고, 글을 쓸 때도 듣고, 책을 읽을 때도 듣습니다. 요조 씨가 작사 작곡한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라는 곡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나직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무척 매력적인 곡인데 가사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닿지 않는 천장에 손을 뻗어보았지
별을
진짜 별을 손으로 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럼 너의 앞에 한쪽만 무릎 꿇고
저 멀고 먼 하늘의 끝 빛나는 작은 별
너에게 줄게
다녀올게
말할 수 있을 텐데


이 노래의 피처링은 이상순 씨가 했습니다. 이상순?! 맞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분. 우주대스타인 이효리 씨의 남편입니다. 이상순 씨와 요조 씨는 한때 연인 사이였습니다.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노래의 2절에 나오는 '영원이라는 정류장'에 닿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영원이라는 정류장에 함께 다다르지 못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있으니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겠습니다.




제가 요조 씨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홍대 여신이었으며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객원 보컬이며 동생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는 것과 책방을 하는 것 정도입니다. 물론 책을 집필한 사실도 알고 있지만 요조 씨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 전, 브런치 이웃 작가님인 정연 씨로부터 작은 소포를 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책이 두 권 들어 있었는데 그중 한 권이 요조 씨가 쓴 『아무튼, 떡볶이』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 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 책장에 꽂아만 두고 읽지 않았습니다. 떡볶이에 대한 책이니 주구장창 떡볶이만 먹은 이야기가 나올 거야,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KakaoTalk_20231117_203723682.jpg 정연 씨가 선물해 준 두 권의 책



책장에 가만히 들어있던 책을 꺼내서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까닭은 정연씨에 대한 미안함 때문입니다. 그가 나를 위해 책을 고르고 주소를 찾아 적고 소포를 부친 과정을 떠올리니 누군가 나를 위해 써준 마음을 자꾸 문 앞에 세워두는 것 같아서 슬퍼졌습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제가 이 책을 다 읽었을까요?




네.


전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요조 씨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습니다. 채색주의자라는 것, 이종수라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 서산에 떡볶이를 먹으러 이종수 씨와 두 번이나 들렀다는 것, 누군가 자신에게 부탁을 할 때 떡볶이를 사준다고 하면 오케이를 한다는 것과 떡볶이를 답례로 받기엔 부탁의 정도가 너무 지나칠 경우엔 떡볶이를 몇 번 사줄 것인가 물어본다는 것 등등입니다.


무엇보다도 전 요조 씨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떡볶이라는 단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그의 삶이 부러웠습니다. 그가 떡볶이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결국은 그 떡볶이를 함께 먹은 사람과 심지어 떡볶이를 만든 사람, 가게까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무척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갈게요. 노래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요조 씨의 노래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라는 곡을 제가 좋아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무튼, 떡볶이』를 읽고 '아, 맞다. 나 한때 요조 씨 노래를 좋아했었지.'라고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를 듣고 있습니다. 십여 년 전에 듣던 곡인데 그동안 보낸 모진 세월의 풍파(^^;;;) 앞에서도 제 취향은 소나무군요. 여전히 이 노래가 좋습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이 노래를 들을 것 같습니다.


정연씨, 고마워요!






전 학교 급식에 떡볶이가 나오면 이렇게 먹습니다.


당당하게 밥 칸을 차지한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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