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아무튼, 떡볶이』
저는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그 노래만 계속 듣습니다. 걸을 때도 듣고, 글을 쓸 때도 듣고, 책을 읽을 때도 듣습니다. 요조 씨가 작사 작곡한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라는 곡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나직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무척 매력적인 곡인데 가사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닿지 않는 천장에 손을 뻗어보았지
별을
진짜 별을 손으로 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럼 너의 앞에 한쪽만 무릎 꿇고
저 멀고 먼 하늘의 끝 빛나는 작은 별
너에게 줄게
다녀올게
말할 수 있을 텐데
이 노래의 피처링은 이상순 씨가 했습니다. 이상순?! 맞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분. 우주대스타인 이효리 씨의 남편입니다. 이상순 씨와 요조 씨는 한때 연인 사이였습니다.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노래의 2절에 나오는 '영원이라는 정류장'에 닿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영원이라는 정류장에 함께 다다르지 못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있으니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겠습니다.
제가 요조 씨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홍대 여신이었으며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객원 보컬이며 동생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는 것과 책방을 하는 것 정도입니다. 물론 책을 집필한 사실도 알고 있지만 요조 씨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 전, 브런치 이웃 작가님인 정연 씨로부터 작은 소포를 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책이 두 권 들어 있었는데 그중 한 권이 요조 씨가 쓴 『아무튼, 떡볶이』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 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 책장에 꽂아만 두고 읽지 않았습니다. 떡볶이에 대한 책이니 주구장창 떡볶이만 먹은 이야기가 나올 거야,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책장에 가만히 들어있던 책을 꺼내서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까닭은 정연씨에 대한 미안함 때문입니다. 그가 나를 위해 책을 고르고 주소를 찾아 적고 소포를 부친 과정을 떠올리니 누군가 나를 위해 써준 마음을 자꾸 문 앞에 세워두는 것 같아서 슬퍼졌습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제가 이 책을 다 읽었을까요?
네.
전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요조 씨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습니다. 채색주의자라는 것, 이종수라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 서산에 떡볶이를 먹으러 이종수 씨와 두 번이나 들렀다는 것, 누군가 자신에게 부탁을 할 때 떡볶이를 사준다고 하면 오케이를 한다는 것과 떡볶이를 답례로 받기엔 부탁의 정도가 너무 지나칠 경우엔 떡볶이를 몇 번 사줄 것인가 물어본다는 것 등등입니다.
무엇보다도 전 요조 씨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떡볶이라는 단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그의 삶이 부러웠습니다. 그가 떡볶이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결국은 그 떡볶이를 함께 먹은 사람과 심지어 떡볶이를 만든 사람, 가게까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무척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갈게요. 노래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요조 씨의 노래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라는 곡을 제가 좋아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무튼, 떡볶이』를 읽고 '아, 맞다. 나 한때 요조 씨 노래를 좋아했었지.'라고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를 듣고 있습니다. 십여 년 전에 듣던 곡인데 그동안 보낸 모진 세월의 풍파(^^;;;) 앞에서도 제 취향은 소나무군요. 여전히 이 노래가 좋습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이 노래를 들을 것 같습니다.
정연씨, 고마워요!
전 학교 급식에 떡볶이가 나오면 이렇게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