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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키 리리 Jan 30. 2024

내가 쓴 글 내가 다듬기

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퇴고를 할 때마다 난감함을 느낍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고치니 늘 눈에 보이는 문제만 고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몰라서 넘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잘 고쳤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의 첫 문장을 예로 들어볼게요. 문장은 2번에 걸쳐 고쳤습니다. 한 번 볼까요?


1. 글을 쓸 때마다 퇴고를 하는 데 난감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2. 퇴고를 할 때마다 난감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3. 퇴고를 할 때마다 난감함을 느낍니다.


제가 잘 고쳤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고칠수록 읽기 편해졌습니다. 가능하면 읽기 쉽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앗, 지금 살펴보니 또 고쳐야 합니다.


4. 퇴고를 할 때마다 난감합니다.


글을 고치는 일은 어렵군요.




제가 한 달 내내 읽은 책은 바로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입니다.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저에게 안성맞춤인 책이었어요.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표현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게 이런 책은 고쳐야 할 문장을 제시하고 왜 고쳐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한 뒤 제대로 고친 문장을 제시합니다. 이런 내용만으로 책 한 권을 다 채운다면 정말 지겹겠지요?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영리한 방법을 씁니다.


목차를 한 번 볼게요.


첫 번째 메일, 함인주, 편견, 답장, 감기.. 이렇게 퐁당퐁당으로 소설을 끼워 넣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다음 편을 보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조금 지루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다듬기 편을 읽어야 합니다. 전 소설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다듬기 편을 다 뛰어넘고 소설만 후루룩 다 읽긴 했습니다. 하하하


그럼 본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104쪽에 나오는 '내 문장은 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편을 볼 게요.


1.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2. 부모로부터의 이별

3.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사람들

4. 서울로부터 온 사람들 


뭐가 틀린 걸까요? 저는 다듬기 편을 볼 때마다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어요. 저자의 설명을 읽기 전에 스스로 틀린 부분을 고쳐보았거든요. 저자는 일단 '~로부터'라는 조사가 말이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로'는 체언이 움직여 가는 방향을 나타내는 조사인 반면 '~부터'는 출발점을 뜻하는 조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아래 정답을 보기 전에 한 번 고쳐보세요.









정답 공개


1.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다.

2. 부모의 이별

3. 세상 단절되어 지내는 사람들

4. 서울에서 온 사람들


저자는 '~로부터'라는 조사가 대개 '~에게', '~와(과)', '~에서'로 나누어 써야 할 표현을 하나로 뭉뚱그려 대신한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어때요? 수긍이 가시나요?


다듬기 편은 이런 식으로 틀린 문장+설명+고친 문장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분은 머리가 조금 아플 거예요. 전 신경을 바짝 쓰고 읽어서 좀 힘들긴 했습니다. 




저는 글을 정확하게 쓰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자주 헷갈리고 종종 틀립니다. 저처럼 글을 정확하게 쓰고 싶은 분, 자기가 쓴 글을 잘 다듬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경력이 20년 넘은 교정교열 전문가가 쓴 책이니 구미가 당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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