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작가의 목소리』
『작가의 목소리』의 작가이신 이경 님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이경 님을 브런치에서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어떻게 해서 그분의 브런치에 가게 되었는지 도통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무튼 글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구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경 님의 글은 쉽고 재미있어요. 라면을 먹듯이 후루룩 넘어간달까요? 이 분의 글을 책으로도 읽고 싶어서 이경 님에게 한 권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아직도 자신의 책을 안 읽었냐는 이경님의 타박을 한 대 얻어맞고 『작가의 목소리』를 추천받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목소리』는 작가지망생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들이 잘 들어있어요. 아시다시피 제가 작가지망생 아니겠습니까? 브런치에 입성하면 다들 "작가님, 작가님"하며 서로를 부르지만 전 한 번도 제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기획출판으로 책 한 권 내지 못했는데 무슨 작가입니까? 영원히 작가 지망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암울해지는군요.
뭐, 제 상황을 그렇다 치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였냐면 '편집'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저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기엔 좀 부끄러워하는 타입이지만, 그래도 저에게 '작가정신' 같은 게 있다면 그건 콘텐츠가 아닌 문장력이 괜찮은 사람, 글에 오리지날리티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일 겁니다. 제가 쓴 문장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사람이에요. (134쪽)
저 역시 제 글이 내용보다는 문체로 독자들에게 사랑받길 원합니다. 내용까지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직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문체에는 그 작가만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믿어요. 전 우울할 때 쓴 제 글을 보면 우와~내 글이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제게는 "KTX를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네가 쓴 글인 줄 알았다."라는 말이 최고의 칭찬입니다.
자, 여기까지가 책을 제대로 읽고 언급한 내용이고요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다소 엉뚱한 방향에서 책에 접근한 것들입니다. 제가 오독의 개척자 아니겠습니까? 이상하게도 저는 이경 님의 신상에 대한 내용(물론 깨알같이 나오지만)을 긁어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와 인스타에서 힐끔힐끔 엿보던 이경 님의 모습을 책의 내용을 토대로 살을 붙여서 인간의 형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프로메테우스처럼요.
너무 상세히 밝히면 이경 님이 좀 곤란할까 봐 두 가지 사실만 밝힐게요. 뭐, 궁금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일단 저와 동갑입니다. 첫 책을 서른X살에 펴냈다는 대목을 읽고 바로 첫 책이 나온 년도를 살펴봤지요. 2019년이었어요. 이때 제 나이가 서른X살이었는데 저랑 이경 님은 동갑임을 확신했지요. 물론 만 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음반에 천만 원 이상을 투자하셨다는 내용을 읽었을 때였어요. 첫 책을 내기 전에 음악웹진에 기고를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셨는데 그만큼 음악 덕후였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긁어모은 이경 님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머릿속으로 이경 님의 형상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작가는 글 너머에 존재한다고 믿지만 글 곳곳에는 작가의 숨결과 정신과 영혼이 묻어납니다. 그게 잘 드러나는 게 아무래도 에세이라는 장르겠지요.
저는 에세이를 읽을 때면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유심히 생각합니다. 물론 작가가 글을 쓴 의도나 목적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을 통해 만나게 되는 작가도 중요하다고 믿거든요.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작가의 인간적인 매력을 글을 통해 만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서 이 연재의 첫 번째 책이었던 『아무튼, 떡볶이』를 쓴 요조 씨도 떡볶이를 좋아하며 나보다 친구가 훨씬 많은 ㅋㅋ 책방 주인이자 싱어송라이터이자 채식주의자였는데 이경 님도 글에 대한 생각이 확고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에 대한 에세이를 쓸 수 있었겠지요.
첫 책을 출간한 이후로 매년 한 권씩 책을 펴내는 마감 요정, 이경 님의 책을 읽고 나불나불거려보았어요. 이경 님의 유쾌한 글을 읽다 보면 말투며 문체를 따라 하고 싶은 기분이 불쑥 솟습니다. 그래서 흉내 내어 이번 글을 써보았어요.
하지만 좀 이상합니다. 흉내를 냈다고 하지만 전혀 닮지 않고 제 방식대로 써 버렸네요. 역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써야 하는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