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쇠락으로 걸음이 느려지고 주위 사물을 인지하기 어려운 것은 개인에게 일어나는 변화다. 하지만 좁은 인도에서 장애물을 피해 보행 보조기를 밀고, 신호가 없는 건널목과 빠르게 달리는 차 사이에서 위험하게 길을 건너고, 낡은 시내버스가 너무 빠르게 달리고 너무 급하게 정차해 가뜩이나 근력 없는 몸이 휘청거리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 풍경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내게도 다가올 미래라는 것을 서울에 살 때, 젊었을 때는 실감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