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살면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가능한 가벼운 상태가 되고 싶다. 현실의 무거움에 짓눌리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에도 힘을 내는 사람들의 열정적인 얼굴에서 어쩔 수 없는 피로감의 흔적을 만날 때면 마음이 심란하다. 지역 대신 로컬이 범람하면서 비즈니스나 라이프스타일의 도구로 소환되지만,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쓰는 마음은 간과된다. 지난해 태어난 25만명 중 53%가 수도권 출생이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지방=고향’이 아니다. 이 물길을 거슬러 오르려 애쓰는 이들도 흐름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가는 이들도 조금 더 가벼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