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세는 데 최댓값이 없는 것처럼
“나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알겠어?”
매출도 일의 의미도 스스로 기대에 못 미치는 날이면 남편은 이렇게 외치곤 한다. 자기 자신에게 최면이라도 거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대답은 항상 똑같다. “당연하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수많은 질문 끝에 나온 말임을 알기에, 불끈 쥔 주먹과 눈빛으로 그를 응원한다. 무한을 믿는다는 것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그러한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정말로 가능성은 무한할까? 우리는 끝없는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우리를 가로막는다.
수학에서는 “자연수는 무한하다”라고 설명한다. 즉, 숫자를 세는 데 어떤 최댓값이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큰 숫자라도 그보다 1 더 큰 숫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1, 2, 3, 4, 5… 숫자를 계속 센다면 이론적으로 무한대까지 셀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한계는 명확하다.
한 사람이 평생 숫자를 세더라도, 1초에 1씩 센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약 86,400까지 셀 수 있고, 평생으로 따져도 수십억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게다가 숫자를 표현하는 단어가 복잡해질수록 세는 데 시간이 더 걸리니, 이 수십억이라는 추정도 후하다. 심지어 우리는 1 뒤에 0이 100개 붙은 숫자를 뭐라 읽지도 못한다. 컴퓨터도 메모리와 처리 속도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숫자의 크기에 결국 한계가 있다. 이론과 달리 현실에서는 시간과 기술, 표현의 제약 때문에 어느 순간 세는 행위의 의미를 잃게 된다.
삶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진 존재다. 하루는 24시간뿐이고, 육체는 피곤함과 노화를 피할 수 없다. 경제적 상황, 사회적 지위, 타고난 재능 등 현실의 제약도 분명하다. 하지만 무한대라는 개념이 우리를 매료시키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현실의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마치 수학적 무한대가 끝없는 상상력과 탐구의 가능성을 제공하듯이 말이다.
숫자가 무한대를 향해 끝없이 증가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작은 숫자 하나하나가 끝없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산 정상에 도달하듯, 우리의 삶에서도 작은 도전과 성공을 쌓아 나갈 때 비로소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무한은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끊임없는 축적의 결과다.
무한대를 믿는다는 것은 지금의 나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그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꿈꿀 수 있고, 한 발 짝 내디딜 수 있다.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도 시작될 수 있다.
무한대는 이미 내 안에 그리고 당신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