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삭제되지 않을 나의 일부
1년 만에 오랜 친구를 만났다. 카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진부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질문, “잘 지냈냐?”로 대화가 시작됐다. 근황 토크는 화수분처럼 이어졌다. 나는 최근 에세이 캠프에 참여해 24시간 내 한 편씩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 기획서, 수행계획서, 보고서나 썼지 내가 언제 글을 써봤겠어? 아무런 에피소드도 기억이 안 나고,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이번 키워드가 <즐겨찾기>라고 하자 친구의 눈이 반짝였다. “즐겨찾기? 야, 그거 써! 너도 컴퓨터에 즐겨찾기 폴더 있을 거 아니야.” 그러더니 자신의 즐겨찾기 폴더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각 주제별로 폴더를 나눠놨어. 자주 보는 자료는 물론이고, 언젠가 다시 찾을지도 모를 것들도 넣어둬. 관심사에 따라서 방문하는 주기가 정해진 것도 있어.”
고개를 끄덕이다 나의 즐겨찾기 폴더를 떠올렸다. “나는 폴더가 없어. 그냥 몰입했던 걸 쭉 쌓아두다가, 열정이 식으면 한 번씩 정리하면서 삭제하곤 해. 그래서 시기별로 내가 뭘 좋아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긴 한데, 오래 남는 건 거의 없더라.” 우리는 서로의 즐겨찾기를 비교하며 탄식과 감탄을 반복했다. 친구는 체계적이고 보존적이었다. 나는 무계획적이고 과감했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서로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 즐겨찾기 목록에서 유일하게 고정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잘 버리고, 반복을 지겨워하는 내가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났다. “너다. 내 즐겨찾기. 나 오늘 즐겨찾기 만나러 왔네. 매번 주기적으로 비우고 비워도 남아있는 상단 바 고정 즐겨찾기.”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내가 뭘 못 버리는 성격이라 네가 아직 남아 있는 줄 알아! 네 남편한테도 감사해라!”
한참을 웃었던 그날, 즐겨찾기라는 단어는 내게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내 폴더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사람들, 결코 삭제되지 않을 나의 일부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