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09(일) 맑음
창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바람은 여전히 날카롭지만, 햇살만큼은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오늘은 2주에 한 번 돌아오는 우리집 '대청소 날'. 남편은 모카포트에 커피를 올리고, 애플뮤직에서 플레이리스트를 고른다. 거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준비 완료. 격주로 반복되는 일상의 리듬 속에서, 우리는 말없이 각자의 구역으로 흩어진다.
"엄마, 이거 끼워주세요."
가장 먼저 나서는 건 바로 너다. 청소포와 밀걸레를 챙겨 와 나에게 건넨다. 아직 쓸지 않은 바닥을 어찌나 열심히 닦는지, 말릴 수가 없다.
남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켜고 욕실로 향한다. 나는 매트를 들어내고, 벽면에 있던 네 책장 두 개를 거실 한가운데로 옮긴다. 가구 배치도 조금 바꿔볼 겸, 책장 뒤 숨은 먼지도 털어낼 겸.
그렇게 구석구석 쓸고 닦다, 잠시 앉았다. 한숨 돌리며 시원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그때, 너는 자동차를 타고 요리조리 다니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얼굴로 발을 굴리며 내게 다가왔다.
"엄마! 엄마 타요버스 타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스윽 올라간다.
"그래, 엄마랑 경주하자."
냉큼 타요 버스를 타고 책장 가장자리에 멈춰 섰다. 거실 가운데 세운 책장이 트랙이 되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 넌 '거실에서 주방까지 오가는 직선 경주와는 좀 다른데?' 싶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준비, 시작."
둘 다 신나게 발을 굴렀다.
"이제 돌아! 돌아!"
왼쪽을 손가락으로 쿡쿡 가리키며 책장을 끼고돌았다. 그 짧은 구간을 앞서기도, 밀리기도 했다. 너의 두 뺨에 보조개가 깊이 파였다. 흥분된 웃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펴졌다.
마지막 바퀴. 앞서가는 네 자동차의 엉덩이를 '쿵'하고 들이받았다. 소리와 함께 웃음이 폭죽처럼 터졌다. 어른은 흉내 낼 수 없는, 높고 맑은 돌고래 웃음소리.
너는 아빠에게로 도망쳤다. 발을 구르며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는 문득 멈춰 섰다. 네 웃음이 햇살과 섞이고, 남편이 한 잔 더 내리고 있던 커피 냄새가 공기를 타고 퍼졌다. 밖은 여전히 겨울이었지만, 거실 안엔 햇살과 웃음과 향기로 가득한 따뜻한 기류가 맴돌고 있었다.
별것 아닌 하루였다. 청소하고, 가구를 옮기고, 커피를 내리고, 아이와 잠깐 웃은 것. 하지만 이런 날들이 쌓여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씩 더 다정해진다. 함께 무언가를 ‘닦는’ 동안, 시간도 같이 정돈해 가고 있었다. 때론 먼지를 털어내듯 감정을 털고, 때론 공간을 바꾸듯 마음의 풍경을 조금씩 다듬었다.
삶은 매일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는 드라마가 아니다. 대부분은 이렇게 비슷한 날들의 반복 속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흘러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들이는 시간, 그게 곧 사랑이라는 것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이 네 기억 속에 남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우리 집엔 책장 트랙이 있었지'라는 문장으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억 속 어딘가엔, 웃고 있던 우리와 고소한 커피 냄새, 잘 닦인 거실 바닥의 보송한 촉감이 함께 있을 것이다.
사랑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다. 서로에게 가는 길을 내고, 나를 닦아 너에게 비추는 일.
우리는 매일 그렇게,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