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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네집 Oct 23. 2020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나요

- ‘내가 함께 있을게’ <볼프 에를브루흐 글·그림, 김경연 역>를 읽고

- 내가 함께 있을게 <볼프 에를브루흐 글·그림, 김경연 역, 웅진주니어>

코스모스가 활짝 핀 날이었습니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과 흩날리는 코스모스가 절경이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냐며 감탄을 하고 일상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들에 대해 돌아보며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휴대 전화에 당신의 사고 소식이 와 있었습니다. 

교통사고라니요. 

믿기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안전하게 방어 운전을 하는지 알고 있었으니 더 의아했습니다. 

사고의 과정은 모른 채 하루 동안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거짓말이었으면...

거짓말이었으면...

제발 잘못된 소식이라고 누군가 전해줬으면...

믿을 수 없는 일들을 맞닥뜨렸을 때, 받아들일 수 없어 부정을 한다고 하죠. 

네, 저도 그랬습니다.

일상 생활을 하다가 멍해지고, 가만히 있다가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가 함께 있을게’는 죽음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어느 날 오리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누구냐고 묻습니다. 

“와, 드디어 내가 있는 걸 알아차렸구나. 나는 죽음이야.”

오리는 깜짝 놀라 ‘지금 나를 데리러 온’건지 다시 물어봅니다. 

“그동안 죽 나는 네 곁에 있었어. 만일을 대비해서.”     


오리와 죽음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됩니다. 

오리는 죽음을 ‘죽음만 아니라면 괜찮은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오리는 죽음과 함께 연못도 가고, 연못에 들어가 추워하던 죽음을 따뜻이 안아줍니다. 

다음날 오리는 “나, 아직 죽지 않았어!”라며 기뻐하며 아침을 맞습니다. 

오리는 죽음 뒤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재잘대기도 하고, 죽음과 함께 나무에도 올라갑니다. 

한 주 한 주 흐를수록 그런 시간이 줄어들고, 오리는 죽어갑니다.      


오리는 목과 부리가 길고, 곧게 서 있습니다. 죽음은 해골 모양의 머리에 체크무늬 원피스 같은 것을 입고 있는데 괴기스럽지만 귀엽습니다. 여백이 많은 그림이지만 서둘러 책장을 넘기게 되지 않고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죽음과 오리가 손을 맞잡거나, 죽어가는 오리를 바라보며 옆에 앉은 죽음 그림은 더 오래 시선을 머물게 합니다.      

살아있음 옆에는 늘 죽어감과 죽음들이 즐비해있음을 각인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책은 슬프지만 담담하고, 아프지만 정겹기도 합니다.      


다음 날 찾아간 당신의 장례식장에는 준비되지 못한 죽음이 그렇듯 앳된 얼굴의 당신 사진 앞에 키가 훌쩍 큰 당신의 두 아들이 어울리지 않는 검은 양복을 입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습니다. 

네,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언니는 아침 운동을 나갔다 당신이 돌아오지 못했다며,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저는 그저 언니의 손을 잡고, 같이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죽음은 연습이 없어서 익숙해질 수 없고, 늘 애달프지만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무력하네요. 

아직은 어떻게 당신을 보내야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른 아침, 제주의 바다를 보며 행복하게 달렸을 당신을, 코스모스같이 휘청휘청 걷던 당신의 뒷모습을, 세상사에 연연치 않던 당신의 상냥한 웃음을...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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