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
끄북이가 처음으로 혼자 학교에 갑니다. 한 길로 쭉 가면 된다는 엄마의 말을 명심하며 가다가 친구 끄봉이를 만납니다. 끄봉이는 지름길을 안내합니다. 끄북이는 어느새 엄마의 말을 잊고 신나게 다른 길들을 따라 갑니다. 그렇게 길 따라 가다보니 학교로 가야할 길이 헷갈립니다. 그렇지만 괜찮아요. 모로 가도 학교에 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끄북이의 1024가지 학교 가는 길>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씨익 웃음이 났다. 학교에 곧바로 가라는 엄마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는 가는길에 한 눈 팔거리들을 즐겼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끄북이가 문방구에서 정신팔린 사이 친구들은 학교로 버렸고, 처음 혼자 학교가는 길이 낯설어 혼란스러운 마음을 1024개의 길로 나타났다. 어디로 가야 학교가는 길일까?
사실 어떤 길이든 상관 없다. 학교로 어떻게든 가기만 하면 되니까. 중요한건 끄북이는 처음 가보는 길을 가면서 학교가는 길이 신나고 즐거운 경험으로 남은 것이다. 학교가는 길이 즐거울 수 있다니! 샛길이 소소한 재미를 준 것이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학교가는 즐거운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친구랑 얘기하면서 가기, 가는길에 문구점 들려 구경하기, 놀이터에서 그네 타고 가기 등등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서 낙하산 타고 학교로 날아가기와 같은 아이디어도 있었다. 이런 생각만으로도 학교가는 길이 즐거운 경험으로 남길 바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즐거운 상상 속에서 학교가는 길이 지옥이라고 대답함 아이들이 꽤 많았다. 학교는 무서운 곳, 괴로운 곳이라 학교가는 길이 전혀 즐겁지 않다는 아이들의 말에 마음 한 구석이 쓰렸다. 즐겁게 가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했더니 학교만 생각하면 짜증나서 생각이 안난다고도 했다. 방법을 바꿔야했다.
학교가는 길에 딴짓할 수 있다는 법을 만들었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반응이 완전 달랐다. 딴길로 새면 오락 딱 10판만 하겠다고 한다.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싶단다. 문방구에 신상 아이템을 구경하겠다고도 한다. 그렇게 딴짓하고나면 학교가는 길이 즐거울 것 같냐고 물었더니 좀 나을 것 같단다. 스트레스는 풀 수 있다나.
아! 그렇구나. 딴짓을 할 샛길은 숨구멍이었구나. 일부러 낯섦을 즐기며 샛길을 찾는 것이구나. 때론 그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눈감아줄 필요도 있겠구나. 우리에게는 샛길이 꼭 필요한 것임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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