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요리사!!

100-18.

by 최고미

조용히 책을 보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외쳤다. 손가락을 가리키며 오늘 저녁 메뉴 정했다며 신이 가득 나 말했다. 간단한 요리 레시피가 있는 그림책이었는데, 아이의 손가락 끝에 계란 샌드위치가 보였다. 빵만 사 오면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어 보였다. 이 말을 하자마자 아빠와 빵을 사러 나간 아이의 발걸음이 반쯤 하늘에 떠있는 것 같다.

그 사이 계란을 삶아 찬물에 담가뒀다. 마침맞게 빵을 사 온 아이는 부엌에 아빠 엄마 출입금지 선언을 했다. 오늘 요리사를 자처하며 책을 보고 직접 해보겠다고 했다.

불안했지만 믿고 맡겨보기로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세상 가장 길고 불편한 시간이었다. 아이의 고집을 꺾지 못한 게 잠시 후회가 될 때쯤, “짜잔~!!”하는 소리가 들렸다.

40분을 꼼지락 달그락 거리던 아이는 그럴싸한 달걀 샌드위치를 만들어냈다. 중간중간 재료 어딨 냐고 그래서 꺼내주기만 했고, 아이가 직접 다 만든 것이었다. 그럴싸한 결과물이 참 놀라웠다. 먹기 아까웠다.

한 입 베어 먹는 엄마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빛에 순간 쿨럭 사래가 나왔다. 얼른 시식평을 해야 했다. 한껏 톤을 높이고 표정에 과장을 보태어 이렇게 맛있는 샌드위치는 처음 먹어본다며 양손 엄지를 들어 올렸다. 대수롭지 않은 일을 이렇게나 칭찬하냐는 듯한 아이의 머쓱한 미소가 되돌아왔다.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감당하며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부모가 믿어준 만큼 스스로 해낼 힘을 길러낸다. 오늘 요리사를 자처하며 꼼지락거렸던 그 시간이 부모에게는 인내와 기다림을 익히게 하고, 아이에게는 자신의 잠재력을 꺼내놓게 했다.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이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야금야금 베어 먹는 아이를 계속 바라봤다. 계속 믿음과 사랑을 보여주리라.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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