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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한 지 몇 주 안된 것 같은데 한 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을 맞았다. 엄마의 걱정과 달리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해나가준 아이가 대견하다. 첫여름방학을 맞으며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생각만으로 그저 신났다. 그러나 엄마인 나는 어떻게 좀 더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동상이몽이 따로 없다.
방학생활 안내와 통지표가 보였다. 방학 숙제가 눈에 들어온다. 예전처럼 탐구생활 같은 것은 없고, 공통과제로 독서기록장 쓰기 10권 이상, 국어책 쓰기 연습하기, 줄넘기 연습이 있다. 한 개의 선택과제를 해야 하는데, 아이에게 물어보니 광복절에 태극기 게양하고 태극기 그리기를 하겠다고 한다. 방학생활 계획표 작성하는 것도 빠짐없이 들어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어렸을 때 방학 시작하면 제일 먼저 동그라미 그리며 했던 일 아닌가. 아이가 가져온 안내장을 살펴보며 아이와 슬기로운 방학생활을 그려본다.
아이는 8월 한 달 동안 방학기간이라도 학교에 간다. 늘봄 수업과 방과 후 수업을 오전에 하고 도시락까지 먹고 오기에 조금 이른 오후에 집에 오는 식이다. 방학이지만 평소 학교 다닐 때보다 조금 더 일찍 집에 온다는 것 외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서 그런지 방학 부담감이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방학 때 고민하는 부모들을 많이 만났다. 초등 부모들은 어떻게 돌봄 공백을 메꿀까 고민했다.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아이의 스케줄을 채워놔야 안심이 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게임만 할 것 같다고 말이다. 지역별 학교별로 상황이 많이 다르겠지만, 학원 한 두 군데 더하고 특강을 추가하는 것이 방학생활의 노멀이 된 것처럼 보인다. 방학 때 더 바쁜 셈이다.
방학은 학교 안 가서 좋지만, 계속 학원을 돌고 도니 신나지는 않은 아이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방학 때 어디 놀러 갈지 생각하거나 나름의 거창한 계획을 세우며 기대로 부풀어 기분이 둥둥 떠다녀야 하는데, 학원을 가야 하니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방학의 의미를 한 번 살펴봐야겠다. 방학은 내놓을 방 放 , 배울 학 學, 즉 학업을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사전에 일정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일로 풀이된다. 방학은 공부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의 배움을 멈추고 다른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의 시간으로 볼 수 있다. 교실에서만 배우면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잠시 휴식기를 가지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는 것이다.
특히 초등 저학년에게 그 의미가 더 통한다.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다. 충분히 뛰어놀 시간과 공간을 주면 된다. 2학기 때 배울 내용을 미리 당겨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고, 일기를 쓰며 하루하루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덥더라도 한낮의 뜨거운 해가 조금 저물 때 놀이터에 나가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이들은 신날까.
집에 가만히 있기만 하면 게임 생각이 나도 간절할 것 같다. 그러니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방학은 그래야 하는 시간이다. 슬기로운 방학생활은 아이들을 학교 공부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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