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0. 사유의 발걸음
일주일에 서너 번 달리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사실 달리기에 취미를 붙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우연히 기부런에 참가해 완주한 이후로 도전 정신이 생겼다. 다행히 뭔가 끝까지 해내는 욕심은 있어서인지 마라톤이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빠르지는 않아도 쉼 없이 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하는 맛에 빠지게 됐다.
요즘에는 달리기를 하러 갈 때마다 아이가 따라나선다.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나는 달린다. 쌩쌩 달리면 엄마보다 더 빨리 갈 텐데 천천히 달리는 엄마의 속도에 아이가 보조를 맞춘다. 페이스메이커가 생긴 셈이다.
한 발씩 내디뎌 달리다 보니, 요 꼬맹이가 왜 함께 나섰는지 알만하다. 옆에서 쉴 새 없이 종알종알 거린다. 학교에서 마음에 안 드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이 딱딱하게 말해서 무섭다는 둥, 다른 친구들은 줄넘기 잘하는데 자기는 한 개도 못해서 창피하다는 둥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도 참 많은 것 같다. 미래 모습을 꿈꾸며 가슴 가득 부풀어 오르다가 과거 이야기로 추억여행을 하기도 한다. 아이에게는 이렇게 엄마와 함께 달리는 이 시간이 오후의 티타임 같은 것이라는 걸 나는 안다.
두 모녀의 달리기 수다 시간은 어쩌면 아이가 대화의 문을 두드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분주히 움직여대는 엄마와 조금 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따라나선 것일 테다. 그래서 달리기 수다가 참 귀하고 소중하다.
달리기 명상이 있다. 달리면서 마음을 비워내고 그 안에 내면의 소리를 담는다. 하지만 나는 달리기 수다를 떤다. 아이와 함께 달리면서 귀를 활짝 열고 아이의 마음을 담는다. 달리기 수다를 좀 더 오래도록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아이와 나 사이의 연결끈이 끊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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