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질까?

100-21.

by 최고미

지난 4월 부활 대축일 전날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 엘리사벳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살아간 지 오늘로 백(百)일이다. 하느님의 딸로 살아가겠다고 맹세하고 그리스도인으로 새 출발을 한 지 백일 기념으로 선물을 주신 것일까? 오랜 시간 아파서 숨이 넘어갈 것 같던 영혼에게 숨통을 트여주고 싶으셨던 것일까? 복음이 둥실 떠올라 내 눈에 박혔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루카 11, 9-10

우연한 기회로 교리를 듣기 시작해서 서서히 스며들듯 지금 여기까지 왔다.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첫 교리수업을 들으며 신앙심을 가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사의 의미를 듣고 나서 참여해야겠다 생각했고, 미사 시간마다 하느님의 말씀을 내 안에 담으며 내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좋았다. 영적 체험이니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 그저 나 자신을 성찰하고 주변을 좀 더 살필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감사의 마음으로 성당을 다니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이가 많이 생각났다. 왠지 모를 이끌림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얼마 전부터 내 생각이 자꾸 난다며 안부를 묻던 사람. 내 힘든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아니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답을 미루고 혼자 끙끙대고 있던 중에 "청하라, 찾아라, 두드려라"는 말에 용기가 생겼다. 연락을 했는데, 흔쾌히 시간을 내어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일요일 늦은 저녁시간에 기꺼이 내 얘기를 듣고 함께 울어주고 진심 어린 조언을 아낌없이 주신 그분을 통해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간절히 기도하며 스스로에게 괜찮냐는 질문을 많이 하고 답해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괴롭지 않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면, 하느님이 분명 알아서 답을 주신다고 했다.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질까? 이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떠다닌다. 아직 갓난쟁이 신앙인에게 이해될 리 없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속 이야기를 내놓은 것으로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깨닫는다. 오늘 내 기도를 들어주신 거였구나! 고질병 같은 일로 힘들어 몸도 마음도 괴롭고 아픈 어린 딸에게, 그래도 잘 살아내고 싶은 어린 딸에게, '그럼에도 살아보라'라고 전해주신 거였구나. 하느님의 딸로 다시 태어난 백 일을 기념하며, 내게 선물을 주셨구나.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결국 모든 일을 내가 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님을 인정하는 일이 기도이다. 결점이 있고 때론 죄를 짓기도 하는 것이 사람임을 인정하고, 잘못된 일은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며, 어떤 일을 할 때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기도다. 내가 지금 왜 힘들고 괴로운지 내면의 진짜 소리를 듣는 일이 기도다. 결국 답은 내 안에 계신 하느님께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 기도다. 그래서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나보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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