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메리칸 드림

100-35. 내게 한 여름밤 꿈과 같은 추억

by 최고미

태어나 처음으로 여권 들고 바다 건너간 곳이 미국이었다. 10개월 간의 해외인턴십을 마치고 40여일 동안 미국 남부 횡단여행을 한 것이 벌써 18년 전 일이라니!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그 날의 설렘은 매 년 여름만 되면 찾아와 지치는 일상에 나를 깨워준다.

어릴 때부터 제일 먼저 가고 싶었던 나라가 미국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영향력이 큰 나라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길 바랐다. 미국 안에서는 특히 뉴욕 땅을 제일 먼저 밟고 싶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많이 보고 자랐는데, 영화 속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빌딩과 브로드웨이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해외 인턴십 기회를 얻었고, 활동 무대가 뉴욕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10개월 동안 뉴욕 맨해튼에 있는 방 한 칸 공간의 아파트에 살았다. 길 건너편에 센트럴파크가 있었고, 두 블럭 내려가면 자연사박물관도 있었다. 사무실까지 5-6블럭 걸어다녔는데, 매일 아침 출근길에 베이글과 커피를 2달러 가격으로 아침밥을 해결했다. 마치 <섹스 앤 더 시티> 캐리가 된 마냥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뉴요커 라이프를 마음껏 즐겼다.

평일에는 뉴욕의 일상에 푹 빠져 살았다면, 주말에는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극장,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을 돌아다니며 여행했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 빈티지하면서 맨해튼과 다른 풍경의 매력을 즐겼고, 전 세계 금융허브 월가의 분주함에 아찔하기도 했다. 엠파이어 빌딩 전망대에서 뉴욕시를 내려다보며 가슴

속에 큰 포부를 담기도 했다. 그냥 서점을 둘러보며 괜히 영어책을 뒤적여보고, 뉴욕대를 학생인 것처럼 돌아다니며 캠퍼스를 구경하기도 했다.

뉴욕의 생활을 돌이켜보니 마치 이 시간이 다시는 안 돌아올 것처럼 꿈꿨던 모든 로망을 즐기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10개월의 인턴십을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미국 횡단 여행을 계획했다. 뉴욕에서 출발하여 남부쪽으로 횡단하여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그동안 주말에 혼자 여행을 다녔지만 다른 도시들을 긴 시간 이동하자니 만만치 않았다. 교통과 숙소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아메리카 익스프레스’ 여행 상품을 발견했다. 영국 여행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미국 현지인 가이드가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고 각 도시의 캠핑 사이트를 이동하며 남부를 횡단하는 여정이었다. 한 팀에 12명 정원으로 함께 이동하면서 도시마다 개별여행하는 방식이 딱 내게 맞춤이었고, 그렇게 미국의 마지막 40일 여행을 시작했다.

각 도시마다의 매력을 느끼며, 관광명소 뿐만 아니라 가이드 추천 로컬 음식점과 펍도 즐길 수 있었다. 서부 로키산맥 부근 하이킹이 꽤 도전적이면서 성취감을 가득 채웠고, 라스베거스와 같은 화려한 도시에서 욕망을 채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함께 한 여행동지들의 이야기를 듣는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각기 다른 배경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행을 더 충만하게 해줬다.

10개월 간 인턴생활과 40여일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그 때의 시간들이 한여름밤 꾼 꿈처럼 느껴졌다. 정말 다녀왔던 것인지, 화려한 꿈을 꾼 것인지 헷갈렸다. 이제 매 년 여름마다 그 꿈같던 시간들이 설렘을 가져와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일상에 지칠때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평생 한여름밤 꿈으로 남을 나의 아메리칸 드림이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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