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막을 씌워줄게

100-42. 숨막히는 여름, 자연이 내게 건넨 말

by 최고미

아침 태양이 뜨기도 전에 더운 공기가 잠을 깨운다. 오늘 날씨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서서히 해가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부지런히 움직일 준비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뜨거운 여름 날씨를 더 뜨거운 삶의 열정으로 이겨내보기로 결심한다.

태양이 조금씩 떠오르면서 온도계도 오른다. 바쁜 일상을 시작하자마자 땀이 흐른다. 더위를 식힐 곳을 찾다가 그늘막을 발견한다. 뜨거운 날씨 속에 그늘은 단비와 같다. 그늘 속에 쉬며 땀을 식히니 낙원이 따로 없다.

어랏?! 그런데 그늘이 점점 짧아진다. 해가 중천으로 갈수록 그림자가 짜리몽땅해지면서 쉬고있던 그늘이 사라지고 있다. 몸을 더 웅크려 남은 그늘로 피신해본다. 정오가 되자 그늘은 한뼘도 채 남아있지 않다.

발 끝으로 써 있는데 갑자기 커다랗고 동그란 그늘이 나타는다. 천일 기우제보다 더 귀하게 느껴진다. 쉴 곳 없이 뜨거운 햇살을 그대로 맞을까 두려웠던 마음이 이내 둥근 그날 아래에서 스르륵 녹아 사라진다.

대대적인 폭염으로 뜨거운 태양광선에 그대로 노출되는 충격을 받거나 받을 예정이어도 몸 하나 쉴 그늘만 있으면 견뎌나갈 수 있다. 무심결에 툭 튀어나오는 그림자 하나에 한껏 여유로워진다. 그 그늘은 바로 안식처 같은 곳이 되어준다.

그늘막에서 쉬고 있는데, 자연은 말한다. 늘 힘든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어렵고 힘든 시기들은 지나가기 마련이라고. 그러나 너무 힘들땐 잠시 쉬어가도 된다고. 잠시 쉴 때 너무 뜨거워서 따갑고 시리기까지 한 태양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을 주겠다고.

늘 따뜻하고 평온할 수는 없다. 뜨거운 햇살 아래 피부가 벌겋게 타 들어갈것만 같은 날도 있다. 그럴 때에 직진할 수도 있겠지만 간접적으로 그늘이 되어주는 자연이 있다. 큰 나무가 손짓한다. 쉬었다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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