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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기부 러닝 일정이 있어 서울로 향했다. 연휴기간이 되어 가족들도 함께 서울 구경을 하기로 했다. 기부 러닝 행사를 마치고 숙소가 있는 명동을 거닐었다. 맥줏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화려한 명동 거리에 사람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니 짜릿한 흥분이 감돌았다. 서로 어깨를 부딪혀가며 길거리를 걸어보는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명동성당에 미사 참여를 하러 갔다. 이른 아침 시간의 명동거리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산뜻했다. 지난밤 화려했던 거리가 아침에는 청초한 모습이었다. 정말 대조적인 명동 거리의 풍경이 낯설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조금 늦은 오전에는 남산타워를 향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케이블카 매표소가 있었다. 더운 날씨에 오르막길이라 좀 헉헉대며 갔다. 오래전 남편과 연애시절에 갔을 때보다 고생하는 것 같아 속상해지려고 할 때, 한바탕 크게 웃고 말았다. 지치지 않고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남산타워에서 걸어내려왔다. 케이블카 하차하고 식당을 향해 걸었다. 또 걸었다. 점심 식사 후 걷다가 화폐박물관을 우연히 마주했다. 무작정 들어갔는데 화폐의 역사부터 중앙은행의 역할, 경제개념 등을 재밌게 공부할 수 있도록 잘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 관람을 하며 또 걸었다. 청계천으로 갔다. 걷고 또 걸었던지라 청계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저녁식사 후 숙소까지 또 걸었다. 오늘 2만보는 족히 걸은 셈이었다.
발이 퉁퉁 부었다. 그렇지만 이틀동안 명동 구석구석을 열심히 발품 판 덕분인지, 명동거리 지도가 머릿속에 박혔다. 고생같아 보이지만 가장 많은 기억을 안고 가는 여행은 이런 여행이다. 걷고 또 걸으며 그 곳의 세상을 담는다. 사람들의 표정, 거리구성, 삶의 현장들을 눈과 귀와 마음으로 담는다. 걷는 여행이 가지는 매력이다. 운전해서 다니는 여행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지나가다 스치기만 하는 반면, 걷는 여행은 골목 골목 하나하나 마음게 콕콕 박아둔다.
이틀동안 명동거리를 이곳저곳 걸어다니며 우연히 만나는 즐거움도 한껏 누릴 수 있었다. 발이 좀 아프면 어떤가. 충분히 그 곳의 매력을 더 느끼면 되는거다. 걷는 여행을 그래서 가장 선호한다. 느리지만 확실한 만족을 주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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