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은 어렵다 정말 어렵다

100-44.

by 최고미

아이와 전쟁을 종종 치른다. 고집 센 두 모녀가 팽팽하게 맞선다. 학습지, 책 읽기 등 학교 다녀온 후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하느냐 안 하느냐를 두고 맞붙었다. 아이가 하고 싶어 시작했는데 꾸준히 하지 않는 모습이 계속 거슬렸다. 여러 가지 벌여놓은 일들 중 하루 3개씩 스스로 선택해서 하기로 약속했는데, 어째 갈수록 요령만 피우는 것 같다. 할 일을 정해서 바로바로 해냈으면 좋겠는데, 계속 뭘 할지 고민하며 빈둥빈둥 시간만 흘려보내는 아이를 보니 점점 답답했다.

스스로 할 일을 골라서 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더니 결국 생뚱맞게 받아쓰기를 하겠다고 꺼내드는 아이에게 설명했다. 엄마도 해야 할 일이 있어 받아쓰기를 지금 같이 해줄 수 없고, 받아쓰기는 얼마나 공부를 잘 해왔는지 시험 보는 것이고 해야 할 일 목록에 있지 않은 것이라 얼른 다른 과업을 하라고 했다. 이렇게 설명을 3번에 걸쳐 하는데 고집 피우는 아이에게 결국 인내심 바닥을 드러냈다.

이런 실랑이를 그동안 몇 번 해왔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지난주에 마지막 경고를 했다. 스스로 할 일을 정해서 바로바로 하지 않고 이런 일로 엄마의 잔소리가 다시 나올 시에는 선택의 자유를 없애겠다고 했다. 목록에 있는 모든 일들을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다 하기로 약속을 한 뒤로 며칠 잘 하는가 싶더니,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다.

받아쓰기 공책 집어넣고 하나 남은 할 일을 얼른 선택해서 하라고 하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고 고집부리는 아이에게 결국 약속은 깨졌다며, 이제부터 선택의 자유는 없다고 했다. 아이는 악을 고래고래 쓰며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다시 한번 약속을 상기시켜주며 단호하게 나갔다. 이번 한 번만 더 봐달라는 아이의 말에 마음이 약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봐줄 수 없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계속 매달리고 손바닥을 빌며 이번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울부짖는 아이에게 모질게 뒤돌아섰다. 약속은 약속이라며 탁 끊어버렸다.

한참을 울던 아이는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마음이 많이 아프고 힘들다. 엄마도 아이도 모두. 그렇게 모질게 굴 필요 있었을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스스로 정한 목표를 해내는 습관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이 참 못나 보인다. 훈육은 이렇게 늘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 늘 친절하고 다정하고 싶은데, 혼내고 말았다는 죄책감도 느껴진다. 못나고 못난 애미다. 어른이 좀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는데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훈육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쳐 기르는 일이라고 나온다. 아이에게 훈육을 한 것일까, 싸운 것일까? 해야 할 일을 했다 안 했다의 문제를 가지고 아이와 실랑이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 자신과 약속한 것도 잘 지켜낼 수 있는 힘을 기르길 바랐다. 그 바람대로 하지 않은 아이에게 어떻게 일러줬으면 더 좋았을까? 단호하게 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훈육의 의미대로라면, 아이가 깨닫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저버린 대가를 치르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미루지 않고 제때 할 일을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불편한 마음은 무엇일까? 방법적인 부분이다. 소리를 지르고 협박을 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 같은데, 그 순간에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서로의 에너지를 덜 소모하며 더 효율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화와 타협의 방향으로 갈 수 있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이래서 부모 공부를 해야 한다. 훈육도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 때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고, 치러야 할 대가를 얘기하며 설득력을 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같은 상황이라도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일러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터이다. 그러니 배우고 연습하여 좋은 훈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훈육은 어렵다. 정말 어렵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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