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과 우연을 믿는 자, 그리고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믿는 자
우디 앨런 감독, <럭키데이 인 파리> 리뷰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난 정말 운이 좋아, 너와 그날 마주치면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어.
운과 우연을 믿는 자, 그리고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믿는 자. 영화 <럭키 데이 인 파리>는 이 두 세계가 충돌하여 빚어내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파리 한복판, 출근길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알랭을 우연히 마주친 파니.
그 순간, 그녀의 일상은 미세하게 비틀린다. 작가로 등장하는 알랭은 “삶은 아이러니로 가득하다”라고 단언하며, 영화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선언한다. 파니는 문득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알랭이 자신에게 마음을 고백했더라면, 삶이 달라졌을까?” 알랭이 건넨 복권은 인생의 불가해한 우연을 상징한다. 복권의 당첨 확률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확률과 비슷하다고 말하고, 파니는 처음으로 그런 ‘운명’의 가능성에 마음을 연다.
반면, 그녀의 남편 장은 정반대의 세계에 산다. 합법인지 불법인지 불분명한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일’을 하며 막대한 부를 쌓은 장은, 자수성가의 신념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그는 운명 따위는 믿지 않는다.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자들을 사고사로 꾸며내 처리하기까지 하는 주도적인 사람으로, 운은 스스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파니의 복권을 본 후 장의 세계는 흔들린다. 그는 파니의 바람을 눈치채고, 남 모르게 알랭을 처리한다. 그로써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하였다.
그러나, 진정한 아이러니는 그 후로부터 시작된다.
추리소설광인 파니의 어머니가 알랭의 실종을 의심하고 진실에 다가서면서 장은 다시금 계획을 세운다. 사냥터에서의 우연한 사고로 위장된 완벽한 살해 시나리오. 하지만, 장이 준비한 그 장면 그대로 엄청난 우연에 자신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이다.
운명은 존재하지 않는가?
인생의 가장 치명적인 순간은 언제나 계산 밖에서 찾아온다.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믿는 자의 삶에도,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은 존재한다는 영화. 우디 앨런 감독표 로맨스 블랙 코미디를 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