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얼음 위 드뷔시의 달빛

<마이 선샤인> 시사회 리뷰

by 고미

제77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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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홋카이도의 작은 시골 마을의 아이스링크, 아이스하키에 집중하지 못하는 소년 타쿠야는 빙판 위에서 춤추는 소녀 사쿠라의 스케이팅에 시선을 빼앗긴다. 혼자 어설프게 동작을 따라해보던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아이스 댄스를 해보자” 첫눈과 함께 처음으로 잘하고 싶은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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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미

영화 속 대사는 많지 않다. 주인공 타쿠야는 말을 더듬는 아이이다. 사쿠라의 스케이팅을 바라보는 타쿠야의 눈빛을 목격한 선생 아라카와는 둘이 함께 아이스 댄스를 해보자고 말한다. 서툴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며 타쿠야는 처음으로 타인과의 연결을 느낀다. 그를 아라카와가 이끌고, 사쿠라가 받쳐준다.


그러나, 사쿠라에게 타쿠야는 불청객이었다. 싱글 스케이팅을 준비했었던 사쿠라. 듀엣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그럼에도, 셋이 함께 팀워크를 다지며 대회를 준비하지만, 사쿠라가 아라카와와 그의 동성 연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이후부터는 관계가 미묘하게 어그러진다. 사쿠라가 어린 마음에 아라카와가 타쿠야를 조금 다른 감정으로 편애하는 거라고 오해한 것인지, 혹은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든 것인지 영화는 철저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화는 아이의 세상과 어른의 세상을 동시에 담아낸다. 악인은 없다. 불편하다고 아라카와를 찾아온 사쿠라의 어머니의 태도 역시 공손하다. 그저 관객에게 해석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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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7년 동안 피겨스케이팅을 배웠던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관객이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 여러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4:3 비율의 필름 질감에서 느껴지는 향수는 감독 본인이 촬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후반부, 타쿠야와 아라카와가 서로 마주 보며 캐치볼을 하는 신에선 왜인지 모를 찡한 감정이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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