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행(三人行)’ 협업에서 배우다

논어, 학교에 스며들다.(1-4)

by 최성조

2022년 7월, 인천광역시교육청 전문직원 선발을 위한 면접고사실에서 나는 면접관으로부터 첫 번째 질문으로 ‘교육전문직원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교육전문직원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협업적 역량이라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왜 협업적 역량이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스스로 만족스러웠고, 난 나머지 질문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답변할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흔히 4C—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협업 능력(Collaboration)— 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콘텐츠(Content)와 자신감(Confidence)을 더해 6C 역량으로 확장되었다.

이중 협업적 역량은 구글과 넷플릭스, 애플 등 4차 산업혁명의 선두 기업들이 강조하는 역량으로 특히 구글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 이후 협업 환경을 조성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협업과 팀워크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대표적 연구로,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The whole is greater than the sum of its parts.")의 명언에서 영감을 받았다. 구글의 인사 데이터 분석 부서인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팀에 의해 기획되고 실행되었는데, 구글은 “왜 어떤 팀은 성공하고, 어떤 팀은 실패할까?”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고자 2012년부터 2년간 약 180개 팀, 수백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심리학자, 데이터 과학자와 협업하여 단순한 HR 수준의 통계가 아니라, 사회심리학, 조직행동론, 협업 이론 등 다양한 학문적 기반을 바탕으로 정량 데이터와 정성 인터뷰, 참여 관찰, 팀 회의 녹취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성과가 좋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를 과학적 데이터로 비교 분석한 프로젝트이다.

구글은 처음에는 팀원 개개인의 지능과 경력, 학벌, 리더십 스타일과 업무 방식이 좋은 팀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구글이 발견한 좋은 팀을 만드는 요소로는

첫째, 실수나 무지를 드러내도 비난받지 않는 환경을 의미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둘째, 팀원들이 맡은 일을 기한 내에 책임감 있게 완수하는가의 ‘신뢰성(Dependability)’, 셋째, 각자의 역할, 목표, 책임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가의 ‘구조와 명확성(Structure and Clarity)’, 넷째, 각자가 자신의 일이 개인적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느끼는가의 ‘일의 의미(Meaning of Work)’ 다섯째, 자신의 일이 조직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느끼는가의 ‘일의 영향(Impact of Work)’이다.

그중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되었는데, 실수를 인정하거나 모른다고 말할 때 리더가 비난하거나 조롱한 팀은 의견이 사라지고 협업이 무너지는 결과가 나타났고,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실수를 공유한 팀은 성과와 만족도, 지속성, 문제 해결력 모든 측면에서 뛰어난 결과가 나타났다.

이에 구글은 모든 팀원이 고르게 발언할 수 있는 회의 문화를 만들고, 리더가 팀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격려하는 방식으로 리더 교육을 강화하였으며, 안전한 환경에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훈련을 진행하고, 협업 도구를 더욱 직관적으로 설계하였다.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통해 뛰어난 개인보다 좋은 팀워크가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침을, 즉 협업 역량이야말로 성과를 창출하는 데 가장 필요한 역량임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나는 교직에 있는 동안 혼자서 일하는 것을 매우 즐겨하는 교사였다. 수업 연구를 할 때도 학교 업무를 수행할 때도 다른 교과 선생님은 물론 동교과 선생님과도 협업을 잘 하지 않았고, 업무를 수행할 때도 다른 부서와 협업을 잘 하지 않고 나 혼자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얻어 내고자 노력하는 교사였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그 해 임용고사를 한 번에 합격했다는 자부심. 첫 발령을 중학교로 받았지만 1년 만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초빙을 해주어 초빙교사로 학교를 옮겼고, 5년 만기를 채운 후 그다음 학교도 신흥 명문이라 할 수 있는 학교에서 초빙을 해주어 학교를 옮겼다. 그러다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우선전보 요청을 해주는 등 나름 잘 나가는 교사라는 자만심이 컸다. 그러다 보니 다른 교사와 협업을 하기 보다는 혼자서 수업 준비를 하고 혼자서 업무 처리를 하고 나름대로 수업과 업무 처리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기에 더욱 자만심은 커졌다.

인천국제고등학교로 옮기기 전까지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1타 강사의 대접을 받기도 했다. 당시는 선택형 방과후 수업이 있던 때라 교사가 강의를 개설하면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강 신청을 받아 일정 인원 이상이 신청을 하면 수업이 개설되던 때였다. 나는 나름 문학 수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문학 수업을 개설하고 나면 1분 이내에 수강생이 다 채워져 학교에서 가장 먼저 마감되는 교사 중 하나였다. 그러니 다른 선생님과 협업하여 수업을 구성하기보다는 혼자서 기획하고 수업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도출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 수업 후 학생들의 감동 어린 표정을 보며 나름 뿌듯함을 느끼던 나는, 지금 생각하면 ‘혼자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우선전보 요청이 왔다. 특수목적고등학교는 교사 정원의 100%를 우선전보로 교사를 충원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인천 관내에 있는 모든 교사를 우선적으로 전보 요청을 할 수 있는 특혜가 있다는 말이다. 인천국제고등학교가 영종도에 위치해 있고 영종도까지 출퇴근해야 하는 등 여러 고려할 사항이 많았지만 당시 나는 나 정도의 실력을 갖춘 교사라면 당연히 특수목적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인천국제고등학교의 우선전보 요청에 응해 다음 해부터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게 된 첫해,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수업만큼은 다른 교사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인천국제고등학교에는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이 너무나 많았다. 물론 인천 관내에서 내로라하는 선생님을 모셔 왔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난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도 빠지지 않은 실력을 갖추었다고 자부했었지만 부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나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고 말았다.

나도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날부터 엄청난 실력자 선생님들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전문적학습공동체, 일명 전학공이라는 것에 가입하여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문적학습공동체는 교사학습공동체, 교원학습공동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궁극적으로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학생 학습 증진을 위하여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협력적으로 실천하며 끊임없이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로, 동료성과 자발성, 전문성, 학생의 배움과 성장 추구를 핵심요소로 하고 있다. 내가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도 전문적학습공동체가 있었지만 나는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교사동호회에는 가입을 했지만, 전문적학습공동체 활동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기에 가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에 인천국제고등학교의 전학공 ‘삼인행(三人行)’에 가입을 했다. ‘삼인행’은 『논어』의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것으로,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삼인행, 필유아사언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에서 따온 말이다. 이 구절의 의미는 세 사람이 길을 갈 때에는 반드시 내 스승이 있으니, 그 중에 선한 사람을 가려서는 그를 따르고, 선하지 못한 자를 가려서는 자신 속의 그런 잘못을 고쳐야 한다.라는 뜻이다.

이 구절을 이름으로 한 전학공 ‘삼인행’에 나는 자연스럽게 이끌렸고, 그 의미처럼 동료들에게 배움을 얻기 위해 선생님들과 열심히 활동을 하였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책을 골라 독서 토론을 하고, 학생들의 학교 생활 적응 방안을 함께 고민을 하고, 동교과 선생님들과 더 좋은 국어 수업을 하기 위한 학습 자료를 공유하는 등 나 역시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배우고 함께 탐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삼인행’에 가입을 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과 협업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은 나의 단점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고 조언을 구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뜻이다. 특히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때

『논어』의 「공야장(公冶長)」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자공이 묻기를 “공문자를 어찌하여 문(文)이라고 시호하였습니까?”하자 공자께서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명민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였으며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러한 까닭으로 문이라 부른 것이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나보다 어린 동료에게 묻는 일이었다. 하지만 공자의 말씀처럼, “불치하문(不恥下問) —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의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진정한 용기와 자기 낮춤이 필요했다. 나는 그 용기를 조금씩 훈련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낮추는 것이 참 어려웠다.

그때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신임 단장인 남궁민이 자신이 야구를 책으로 배운다고 비웃는 사람들에게 하는 대사가 떠올랐다.


“남들이 비웃는 게 무서워서 책으로도 안 배우면 누가 저한테 알려줍니까? 그럼 사람들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릴까요? 1년 뒤도 야구 모르는게 그게 진짜 창피한 거 아닙니까?”

그래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묻지 않고 끝까지 모르는 것 그것이 창피한 것이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 물어보고 배우기 시작했다. 수업 자료를 정말 잘 만드는 선생님께는 어디서 수업 자료를 구하고 어떻게 구성하는지, 학생 상담을 정말 잘하는 선생님에게는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다른 선생님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 훈련부터가 필요했다. 다행히도 나의 부족함에 대한 수줍은 고백들을 다른 선생님들은 진지하게 들어주셨고, 고민에 대한 해결 방안을 내 일처럼 함께 찾아주셨다.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7년 동안 나는 ‘삼인행’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였고,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제일 수업을 잘하는 교사는 아니지만 다른 선생님과 협업을 잘 할 수 있는, 협업의 필요성을 알고 협업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교사가 될 수는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묻는 것도 서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험이었다. 나에게 ‘삼인행’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전문직원 선발 면접에서 나는 전문직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협업 역량이라는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전문직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협업 역량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장학사가 되어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지금, 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협업을 위한 마음가짐을 갖지 못했다면 내가 교육전문직원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 전문직원이 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논어』의 한 구절로 인해 나는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살아남는 법을 아니 동료교사들과 함께 사는 법을, 그리고 동료교사에게 배우는 법을,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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