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킥오프(Kick-Off) (2)

by 최성조

학교를 마친 초등학생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축구교실로 들어온 나에게 인천시티FC 유소년 축구교실 감독을 맡고 있는 정훈 감독님이 자꾸만 내 눈치를 보다 말을 걸어 오신다.

“최 코치, 요즘 달리기한다며? 뛸만 해?”

내가 달리기를 한다는 소문이 어떻게 정 감독님 귀에 들어간 것일까?

“아,,아뇨, 달리기는 아니고, 뭐 그냥 산책 다니는 거죠. 하하하”

“그래? 난 다시 운동 시작하는 줄 알고 좋아했네.”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뜸을 들이다 말을 꺼내신다.

“최 코치, 그러지 말고 초등학생 수업 좀 맡아 주면 안 될까?”

“네? 전 운전이 좋아요. 제가 수업을 맡으면 운전기사를 또 구하셔야 하잖아요.”

“지금 코치 구하게 생겼다. 코치 구하는 것보다 운전기사 구하는 게 더 쉽지. 안되면 운전은 내가 해도 되고.”

“네? 박 코치 그만둬요? 그 새끼 또 술 마시고 감독님께 대들었죠? 제가 그렇게 술 마시면 조심하라고 했는데, 그제 술 먹자고 하길래 제가 달리기 아니 산책한다고 술 안 마신다고 했거든요. 그날 그 사달이 난 거죠? 제가 불러서 혼낼게요. 동기만 아니었으면 그냥. 진작에 버르장머리를 고쳐놨어야 했는데. 그 새끼가 술 버릇이 멍멍이 같아도 인성은 좋은 놈인 거 아시잖아요. 감독님이 한번만 참으셔요.”

“박 코치가 아니라 민 코치가 그만둔댄다.”

민 코치는 우리 축구교실 에이스 코치다. K-리그 1부 팀의 주전 선수 출신에다 열 경기도 채 뛰지는 못 했지만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해서 우리 축구교 홍보지 제일 앞에 얼굴이 실리는 코치다. 뭐 인물도 그만하면 나쁘지 않고,

“민 코치가요? 왜요? 뭔 일 있대요?”

“글쎄, 말은 뭐 몸이 안 좋아서 좀 쉬겠다고 하는데, 소문에 저기 옆 동네 JS 축구교실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 같다는데. 민 코치랑 JS 감독이 같이 있는 것을 박 코치가 몇 번 봤다고 하네.”

“에이, 그래도 의리가 있죠. 설마요. 그리고 설령 옮긴다고 해도 JS는 아닐 거에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JS가 주니어 서울이잖아요. 감독님과 코치도 다 서울FC 출신이고요. 우리 인천시티FC와 서울FC는 라이벌 오브 라이벌이잖아요. 설마 JS로 가겠어요?”

“의리가 밥 먹여 주냐? 요즘은 돈이 의리다. 그렇지 않아도 셋째가 곧 태어난다고 민 코치가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길래 형편이 좋지 않다고 거절했더니만, 바로 그만둔다는 말이 나오잖아.”

“아, 그래요? 그래도 설마, 제가 민 코치 한 번 만나 볼게요.”

“그래, 만나서 잘 한번 설득해 봐. 민 코치 우리 간판이다. 민 코치 JS로 옮기면 우리 수강생 반 이상 그쪽으로 넘어갈지 몰라. 그러면 너도 월급 못 준다. 그리고 임마, 너도 이제 운전 그만하고 애들 좀 가르쳐, 너도 민 코치 경력에 뒤지지 않잖아. ‘고졸 신인 최초 계약금 1억 원 프로 계약 코치가 지도합니다.’ 이렇게 홍보하면 얼마나 좋아?”

“고교생 억대 계약금이 뭐 한두 명인가요? 그리고 저는 국대 근처에도 못 가봤어요. 민 코치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야 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뭐야? 최초, 최고 뭐 이런 거 아냐? 너 최초 억대 계약금을 받고 프로팀과 계약한 선수였다고, 고졸 선수 중에 최고로 계약금이 많았다고, 그리고 너 연령별 대표는 갔다왔잖아. 그리고 솔직히 부상 아니었으면 네가 국대를 못 갔겠어? 민 코치가 열 경기는 뛰었냐? 네가 국대 갔으면 센츄리클럽 가입은 물론 A매치 득점도 50골 이상은 했을 거다.”

“감독님도 참, 제가 어떻게 국대를 가요. 저 부상 아니었어도 오래 뛸 선수는 아니었어요. 잘 아시면서.”

감독님 표정이 갑자기 굳으면서 내 귀에 들릴 듯 말 듯 나지막히 말씀하셨다.

“너, 오래 뛰었어야 할 선수였어. 그때 구단에서 널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네? 뭐라고요?”

“아, 아냐. 야, 민코치 만나면 꼭 설득해 와라. 알았냐?”

“치맥값이라도 주면서 말씀하시던가요. 하하”

작가의 이전글[소설 연재] 킥오프(Kick-Of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