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재] 킥오프(Kick-Off) (3)

by 최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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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박동섭 코치는 고등학교 동창생이면서 프로축구단 입단 동기이다. 박동섭 코치와 민주용 코치는 4살 차이가 나지만 둘은 인천시티FC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었다. 나는 일찍 은퇴를 했기 때문에 민 코치와는 함께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어 내가 4살이나 나이가 많지만 만나면 서로 서먹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박 코치에게 전화해서 함께 만나달라고 했다. 어색한 자리였지만 민 코치를 설득해야만 했다.

셋이서 축구교실 근처에 있는 치킨집에서 만났다. 그나마 박 코치가 있어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은 누그러진 듯 하다. 민 코치도 나와 둘이 있는 것보다 박 코치와 함께 있는 것을 더욱 편안하게 느끼는 듯 하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고맙게도 박 코치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민 코치, 아니 주용아, 너 축구교실 그만둔다고 했다며?”

“동섭아, 치킨이라도 시키고 말하지 뭘 그렇게 훅 들어가냐?”

내가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말을 했지만 내 말은 메아리로 떠나가고 박 코치와 민 코치의 대화가 이어졌다.

“네, 박 코치님. 정 감독님이 말씀하세요?”

“박 코치님은 무슨, 형님이라고 불러. 그래 왜? 애도 태어난다면서. 근데 왜 관둬? 더 열심히 벌어야지.”

씁씁한 표정을 지으며 민 코치가 말했다.

“네, 갑작스럽게 늦둥이가 생겨서요. 더 열심히 벌려고 그만둡니다. 솔직히 축구교실에서 열심히 해 봐야 뻔하잖아요.”

그래도 모임을 주선한 사람은 나이고, 꼭 민 코치를 설득해 오라는 감독님의 명령에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 인자한 표정으로 민 코치를 달래려고 말했다.

“그래, 힘든 거 알지. 나야 운전만 하니깐 우리 민 코치와 박 코치한테 면목이 없지만 그래도 정 감독님이 우리 얼마나 생각하는지 잘 알잖아. 조금만 참고 버티면 정 감독님이 알아서 챙겨주실 거야. 좀 더 버텨보자.”

갑자기 나를 보는 민 코치의 표정이 굳어지며 썩은 미소를 날린다.

“솔직히 최 코치님이 이런 말씀하시면 안 되죠. 저희 다른 축구교실보다 코치들 강습 시간이 더 많은 거 최 코치님이 강습 안 하고 운전만 하시기 때문이잖아요. 무릎 안 아픈 축구선수가 어딨어요? 저도 양쪽 무릎 십자인대 다 끊어졌어요. 그리고 정 감독님이 알아서 챙겨주시는 거는 최 코치님뿐이지 저희는 뭐 안중에나 있는 줄 아세요?”

할 말이 없다. 아프다. 뼈를 때리는 말이다. 십자인대라는 말에 더욱 가슴이 찌릿하다. 괜히 자리를 만들었나?

“야, 민주용, 말이 심하네, 야, 이 새끼야. 선후배 사이에도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어. 네가 어디서 민혁이한테 막말이야.”

역시 동기 사랑은 나라 사랑인가? 오히려 발끈해 주는 동섭이가 고맙다.

“형님, 솔직히 제가 형님보다 4살이나 어리지만, 저희는 같이 선수 생활이라도 했으니 그렇다고 해요. 근데 저는 최 코치님하고 같이 뛰어 본 적도 없어요. 뭐 같은 팀 출신이라구요? 그렇게 따지면 전 대한민국 국민 모두와 같은 출신이에요.”

국대 출신이라고 자랑하는 건가? 국대 출신은 자기 사랑도 이상하게 하네. 국민과 같은 출신이라니. 그나저나 나 때문에 민 코치가 그만두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이 불편하다. 그래도 분위기를 풀어서 민 코치를 설득해야 했다.

“그래, 민 코치, 동섭이가 술이 취했나 보다. 동섭이도 그만하고, 민 코치, 내가 감독님께 말해서 코치 한 명 더 뽑으라고 할게, 난 코치가 아니라 운전 기사야. 감독님이 요즘 재정 상황이 안 좋으셔서 코치를 못 뽑아서 그런 거니깐 이해하고, 한 명 더 뽑으라고 할게. 화 가라앉히고.”

“최 코치님, 그리고 동섭이 형님. 우리같이 운동만 한 새끼들이 뭐가 있습니까? 몸뚱아리 하나밖에 더 있어요? 벌 수 있을 때 벌어야죠. 선수 시절에 연봉 몇 십 억 씩 받는 선수들 보면 부럽기도 했지만, 타고난 재능이 안 되는 걸 어떻게 합니까. 그런데요. 은퇴하고 나서도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아등바등 사는 집사람 생각하니깐 어쩔 수 없이 축구교실을 옮길 수밖에 없네요.”

언성을 높이던 민 코치가 축구교실을 옮긴다는 말을 하며 나와 동섭이의 눈치를 본다. 역시 옮기는 것이었다. 민 코치가 옮기면 우리 축구센터 수강생 반이 JS 축구교실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감독님의 말이 떠오른다. 나의 월급도 못 준다는 말도 귀에 메아리친다. 축구교실을 옮긴다는 말에 동섭이가 발끈한다.

“코치 그만두는 게 아니고 축구교실을 옮기는 거라고? 설마 JS로 가는 건 아니지?”

“……”

“너, 이 새끼 왜 대답이 없어? 민주용, 너 JS 박성룡 감독 서울FC 출신인 거 알아 몰라? 근데도 JS로 간다고?”

JS축구교실로 옮기는 것으로 마음을 굳힌 듯 민코치가 다시 언성을 높인다.

“그게 뭐가 중요해요? 저희가 인천시티FC 출신이라고요? 그래서 정 감독님 밑에서 뼈빠지게 일했잖아요. 솔직히 제 덕에 수강생도 늘고, 유소년 대회 나가서 우승도 하고, 그랬잖아요. 근데 JS에서 지금보다 월급을 2배를 더 준다는데 형님 같으면 안 가실 거에요? 인천시티FC가 밥 먹여 줍니까?”

“야! 이 새끼야. 그래도 어떻게 서울 새끼들 밑으로 가냐? 넌 배알도 없어?”

“아이씨. 형님. 저희가 프로 선수도 아니고? 그리고 제가 있을 때 김성수 선수도 서울FC로 이적했습니다. 그럼 김성수 선수는 사람도 아닙니까? 김성수 선수 국대도 하고 해외 진출도 했어요. 오히려 서울 갔기 때문에 EPL 갔다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내 몸값 인정해 주는 구단으로 이적하는 거고요.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구단으로 이적하는 겁니다. 그렇게 치면 최 코치님이야 23살에 은퇴했으니깐, 그것도 데뷔한 첫 해 부상 당해서 한 시즌 날리고, 그 다음인가요 다다음인가요 어쨌든, 겨우 한 시즌 뛰고 은퇴했으니깐 뭐 3년 있은 것도 원클럽맨이면 원클럽맨이지만, 동섭이 형님은 결국 형님도 인천에 있다가 2부 팀으로 옮겼다가 결국에는 K4리그에서 은퇴하셨잖아요. 다 그렇게 수준에 맞게, 몸값에 맞게 옮겨 다니는 겁니다.”

“너 이 새끼 이렇게 의리 없는 놈인 줄 몰랐다. 그래도 다른 구단은 몰라도 인천시티FC는 말이야. 달라 다르다고, 난 아직도 내 귀에 그 열정적인 팬들의 응원가가 들려. 붉은 악마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인천시티FC 팬들의 응원가가 들린다고. 내가 K2로 이적했을 때도, K4로 이적했을 때도 인천시티FC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려고 최선을 다했다. 항상 인천 출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뛰었다고. 그런 팀이 인천시티FC라고.”

“네, 형님들은 그렇게 사십시오. 전 그때도 지금도 내 가치를 알아주는 팀에서 최선을 다할랍니다. 정 감독님께 저를 잡고 싶으시면 JS보다 월급을 더 주시면 된다고 전해 주십시오.”

“너 같은 새끼 필요 없어.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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