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킥오프(Kick-Off)(5)

by 최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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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인생의 첫 번째 우승의 기회가 날아갔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조금 더 뛸 걸’, ‘그때 내가 받은 패스를 조금만 각도를 죽여서 때릴 걸’. ‘그때 몸을 날려서 공을 막을 걸’하는 후회를 20년이 지난 지금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 최선을 다해 뛰었기 때문에 20년을 지옥처럼 보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우승에 대한 갈증이 더욱 심해졌다. 대학을 진학하든, 프로에 가든 꼭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었다. 다행히 준우승을 했지만, 득점왕과 대회 MVP를 차지한 덕분에 여러 프로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대학과 프로팀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나는 프로팀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미 여러 군데 프로팀에서 제안이 들어와 있었다.

나에게 가장 먼저 영입 제안을 한 구단은 수원FC였다. 하지만 나에게 첫 우승의 영광을 빼앗아 간 수원고의 이종현이 수원FC와 계약을 했다. 그래서 무조건 수원FC에는 가기 싫었다.

축구선수 출신이 맞는지 의심이 들만큼 뚱뚱한 몸매와 푸근한 인상으로 우리들 사이에서는 곰팅이라 불리는, 항상 아빠처럼 우리를 따뜻하게 챙겨주는 김현철 감독님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민혁아”

“네, 감독님”

“마음 정했나?”

“아니오, 아직요. 근데 수원FC는 안 갈랍니다.”

갑자기 감독님 목소리가 커졌다.

“와? 종현이 때문에?”

“네”

“얌마, 이 빙신아. 수원FC가 종현이랑 니랑 투톱으로 키우고 싶다 안하나. 글구 수원FC가 니랑 종현이랑 둘 다 계약금 9000만원을 준다 안카나. 고졸 선수 역대 최고 계약금이데이. 니 프로는 말이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뛰는 거 아이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기다. 종현이랑 니랑 최고의 콤비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니 마 잔소리 말고, 수원FC에 가라.”

“안 갈랍니다. 차라리 울산FC에 갈랍니다.”

“울산FC?”

그때 나에게 입단을 제안한 또 다른 구단은 울산FC였다. 내가 있는 지역의 연고팀이기도 했다.

갑자기 곰팅이 감독님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니 와, 동섭이 때문에 그 카나?”

“아니오.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니가 동섭이 챙기는 것은 잘 알겠는데, 민혁아. 안 되면 동섭이는 대학 가면 된다. 대학 가서 좀 더 실력 쌓아가 프로가면 된다. 니가 꼭 동섭이 델고 가야 하는 건 아니다.”

울산FC는 계약금 5,000만원을 주는 대신 동섭이를 함께 스카우트하겠다고 했다. 동섭이에게도 계약금으로 3,0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내가 쉽게 포기를 못하게 구단은 동섭이에게도 동시에 제안을 했다. 내가 승낙해야 동섭이 제안도 유효하다는 조건으로.

동섭이는 미안해하면서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동섭이는 시장에서 김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홀어머니를 모시면서 참 힘들게 축구를 한 친구다. 그래서 동섭이는 어떻게든 대학이 아닌 프로에 진출해야 했고 계약금을 받아 반지하 월셋방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나는 동섭이 때문만이 아니라 울산FC도 괜찮았다. 계약금 5,000만 원도 괜찮았다. 다만 이종현이 9,000만 원을 받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울산FC에 동섭이 계약금을 4,0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면 나도 9,000만 원을 받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구단은 좀 더 고민해 보자며 쉽게 응답하지 않았다. 감독님도, 동섭이도 그냥 구단의 조건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나도 마음이 조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던 어느 날, 곰팅이 감독님이 갑자기 나를 불렀다.

“민혁아. 니 인천시티FC라고 아나?”

“네, 생긴 지 얼마 안 된 구단 아닙니까? 시민구단이고.”

“응, 거기서 니 좀 보자고 하네. 오늘 인천시티FC서 감독님이 내려온단다.”

감독님께서 인천시티FC에서 나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나 인천시티FC는 2003년에 창단한 신생 구단이고, 2004년 첫 K리그에 참여해 12위에 머문 팀이다. 고등학교 때 하지 못한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을 선택하겠다는 나의 선택지에는 없는 팀이었다. 그리고 자금력이 부족한 시민구단이기도 했다. 자금력이 곧 실력인 프로에서는 자금이 부족하다는 말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축구 클럽 운영은 결국에는 자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꾸준히 좋은 선수를 영입해야 하고 실력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즉, 자금력이 우승 확률이다. 실력이 올라가야 그리고 우승 확률이 높아져야 팬도 늘고 팬이 늘면 결국 구단의 자금 상황은 더욱 좋아진다. 시민구단이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구단에 결국 뒤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날 인천시티FC에서는 감독이 아닌 코치 한 명과 경영 이사라고 하는 구단 관계자가 오셔서 나와 곰팅이 감독님을 만났다. 인천시티FC 감독님은 한창 시즌 중이라 모든 권한을 코치가 위임받아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나를 영입하고 싶다고 했다.

“코치님, 감사합니다만 저는요 울산FC에 가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민혁 선수, 왜 울산FC로 가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

“저는 우승할 팀으로 가려고 합니다. 우승하고 싶습니다.”

“현재 인천시티FC는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창단 3년만에, K리그 참여 두 번째 시즌만에 이른 쾌거입니다. 우리 팀은 최민혁 선수와 같은 미래 유망주를 영입하여 팀을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울산FC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듭니다.”

“어떤 조건이었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대답을 해도 되는지 몰라서 감독님을 쳐다봤더니 감독님께서 대답해 주셨다.

“죄송합니데이, 타 축구단이 제안한 계약 내용은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더.”

코치님과 함께 나를 찾아온 경영 이사라는 분이 말을 하셨다.

“네, 그렇죠. 민혁 선수와 라이벌인 이종현 선수가 계약금 9000만 원에 수원FC와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민혁 선수에게 최고의 대우를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계약금 1억 원을 드리겠습니다.”

“네? 1억이요?”

“네, 고졸 최초 억대 계약금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1억 원이라는 액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곰팅이 감독님이 경영 이사님에게 물었다.

“저기요, 이사님”

“네, 감독님 말씀하십시오.”

“이런 말씀 드리기가 외람됩니다만 인천시티FC는 시민구단으로 알고 있습니더. 시민구단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해야 해서 재정력이 약할텐데요. 구단주, 그러니깐 인천시장님과 논의가 된 사항입니꺼? 저희가 그 말씀 믿고 덜컥 계약했다가 시장님이 캔슬하믄 우리 민혁이는 낙동강 오리알 됩니더. 울산FC도 못 갑니더.”

경영 이사님이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말씀하셨다.

“네, 맞습니다. 저희 가난한 구단입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최고의 선수를 싸게 데려올 수 없지 않겠습니까? 최고의 실력에 맞는 최고의 대우를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시장님과 감독님과 다 얘기를 끝냈습니다. 물론 말씀하신대로 자금력이 약해서 민혁 선수를 영입하면 다른 선수를 많이 영입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선수 구성이 너무 좋아요. 저희는 미래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사실 오늘 함께 오지는 못했지만 저희 코치님 한 분이 민혁 선수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셨나 봅니다. 우리가 앞으로 우승 나아가 최고의 명문 클럽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혁 선수가 꼭 필요하다고 감독님과 구단주를 설득하셨습니다. 물론 민혁 선수를 데려옴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마케팅도 고려한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경영인이라 9천만 원 이종현 선수, 1억 원 최민혁 선수, 고교 라이벌, 천만 원 더 투자해서 언론의 관심을 더 끄는 것이죠. 현재 저희 팀 관중 동원 1위입니다. 그 파워를 믿어보겠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인천시티FC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주신 코치님이 누군지 정말 궁금했다. 무엇보다 종현이를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우승을 시키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계약한 이후에 나온 결과이지만 그해 인천시티FC는 울산FC에게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1대 5로 패하고, 2차전에서 2대 1로 이겼지만, 최종 스코어 3대 6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나만 1억 원을 받고 갈 수는 없었다. 동섭이를 어떻게든 데리고 가야 했다.

“저기, 선생님, 부탁이 있습니다. 저희 팀에 박동섭이라고 멋진 선수가 있습니다. 이 친구랑 저는 단짝입니다. 같이 가면 안 되겠습니까?”

경영 이사님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좀 전에도 말했지만 저희가 자금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박동섭 선수까지는 영입 계획이 없습니다.”

“저한테 주시겠다는 1억을 저랑 동섭이한테 5천만 원씩 나눠 주시면 됩니다. 동섭이랑은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합니다. 이번 결승전 보셨죠? 제가 패스해서 동섭이가 만회골 넣은 거 보셨죠? 저 진짜 열심히 뛰겠습니다.”

“좀 전에 말했지만 1억이라는 돈은 민혁 선수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입니다. 실력에 맞는 계약금이기도 하지만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희는 1억이라는 돈을 쓰고 5천만 원에 최민혁 선수를 영입했다는 기사가 나가면 최민혁 선수에 대한 관심도 절반밖에 생기지 않습니다. 그건 저희가 바라는 그림은 아닙니다.”

갑자기 내 마음이 조급해 졌다. 어떻게든 동섭이와 함께 인천시티FC로 가고 싶었다.

“제발, 동섭이 데리고 가면 안 될까요? 그럼 제가 1억 받는 걸로 하고 제가 동섭이한테 5천 만 원을 줄테니 동섭이 입단만 시켜 주시면 안 될까요?”

경영 이사님 팔이라도 잡고 매달리려는 나를 곰팅이 감독님이 말리면서 말을 하셨다.

“민혁아 그만 해라. 코치님, 이사님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고, 동섭이도 이걸 알면 화낼끼다.”

“감독님, 감독님도 동섭이 프로 가야 하는 거 아시잖아요. 동섭이 프로 못 가면 축구 그만 둬야 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알아서 길을 찾아 보꾸마. 대학도 있고, 울산은행 같은 실업리그 팀들도 있다.”

“그런 팀에 가서는 동섭이 축구만 할 수 없어요. 동섭이랑 같이 가야 해요. 선생님들 사실 울산FC서 동섭이랑 같이 가는 조건을 제안했거든요. 그래서 울산FC로 갈려고 했던 겁니다. 저 울산FC 갈랍니다.”

곰팅이 감독님 언성이 높아졌다.

“헛, 민혁아 그만하라캐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코치님 죄송합니다. 야가 정이 많아가꼬.”

“네, 잘 알겠습니다. 민혁 선수, 저희가 아직 박동섭 선수에 대해 분석을 해 보지 못했습니다. 가서 살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울산FC와 계약하지 말아 주십시오. 일 주일 이내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정말 열심히 뛰겠습니다.”

그리고는 일주일 후 나와 동섭이는 나란히 인천시티FC와 계약을 했다. 나의 계약금은 1억, 동섭이는 3천만 원에, 그리고는 둘이서 가방을 싸서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도시, 인천으로 떠나 왔다. 축구선수로서의 성공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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