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의 경영과 예산, 선수 영입 등의 구단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영기획팀. 그 팀을 이끌고 있는 경영 이사을 만나기 위해 김성호 코치는 경영 이사 방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린 후, 비서의 안내에 따라 경영 이사의 방으로 들어갔다.
경영 이사 방의 가구는 그 어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그의 성격과 닮아 있었다. 그 방 분위기가 김성호 코치를 더욱 주눅들게 했다. 하지만 최민혁 선수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용기를 내서 경영 이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꼭 최민혁 선수를 2군으로 데려가 제대로 키우고 싶었다. 아니 그래야 했다. 김성호 코치에게 최민혁 선수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남은 축구 인생을 바쳐서라도 제대로 된 선수 하나 키워내고 싶었다. 그게 최민혁 선수였다.
“김성호 코치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고요?”
“네 이사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님은 최민혁 선수를 왜 데려 오셨습니까? 최민혁 선수를 어떤 선수로 키우고 싶으십니까?”
“제가 스폰서 계약 때문에 나가봐야 해서 10분밖에 시간을 드릴 수 없습니다. 용건만 말씀하시죠.”
“최민혁 선수 바로 1군 투입은 어렵습니다. 아직 어리구요. 2군으로 보내서 좀 키워서 1군에서 뛰게 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건 감독님과 상의할 문제인 것 같은데요. 선수 활용 문제는 감독님 재량 아닙니까?”
“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감독님께서는…”
“그러니깐, 감독님이 김 코치 말을 듣지 않아서 저한테 고자질하러 왔다?”
김성호 코치는 경영 이사와의 면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한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닙니다. 고자질이 아니라, 제 생각에 최민혁 선수가 우리 팀 프렌차이즈 스타로 성장하려면, 장기 플랜으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사님도 단순히 최민혁 선수를 유니폼 마케터로 데려오신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요.”
“네, 김 코치님,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습니다. 최민혁 선수를 유니폼 마케터로 데려온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오랜시간 동안 마케팅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 유니폼 마케터로 데려온 것입니다. 그러니 2군으로 데려가시든, 1군에서 뛰게 하시든 그건 감독님과 코치진에서 알아서 할 일입니다. 저는 최민혁 선수에게 투자한 계약금과 연봉,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면 최민혁 선수가 어디에 있든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개막전이 수원전입니다. 고교 시절의 라이벌인 이종현과 최민혁 맞대결, 이것만으로 홈 개막전 매진각이지 않습니까? 저는 최민혁 선수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개막전 이종현 선수와의 맞대결에서 완승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코치진의 역할이구요.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
김성호 코치는 뭔가를 더 말해야 했으나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일개 코치가 감독을 패싱하 경영 이사를 직접 만날 각오를 할 때는 최민혁 선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겉으로는 너무나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파란 심장에 차가운 피가 돌고 있을 것만 같은 경영 이사에게는 더 이상 어떤 말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전 나가봐야 해서 이만, 참, 그리고 김 코치님. 이번에 2군으로 가신다구요? 수석코치로 가시는 거니깐,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셔서 좋은 선수 잘 육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시즌 치르면서 선수들이 부상도 당하고 슬럼프에 빠지고 그럴수록 2군에서 계속 좋은 선수들 공급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려면 2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김 코치님처럼 선수 개개인에 애정을 가지고 맞춤형으로 훈련 계획을 짜는 분은 1군보다 2군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가서 좋은 선수 잘 육성해 주십시오. 하지만 2군이라고 성적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2군도 성과 평가를 철저히 해서 계약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이 말과 함께 경영 이사는 자리를 떠났다. 혼자 남겨진 김성호 코치는 짓눌리는 무력감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