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공원을 지나서 소래생태공원 북문 출입문을 지날 때가 되면 주변을 두리번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디선가 따르릉따르릉 하는 경적소리가 들리면서 헛, 둘, 헛, 둘 하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며칠째 자전거를 타는 영감탱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방해꾼이 없으니 훨씬 달리는 것이 편한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두리번하게 되고 달리기의 자세를 바로잡고 포어풋 자세로 달리기를 하게 된다.
‘내가 이제 그만 방해하라고 한 말에 상처받으셨나.’
달리기를 하면서도 자전거를 타신 분만 보면 자꾸만 쳐다보게 되고 앞서 가는 자전거가 보이면 속도를 내 자전거를 따라잡아 자전거를 탄 사람을 확인하게 된다.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어느덧 소래생태공원 매점 옆 벤치에 도착을 했다. 오늘도 자전거 수리 봉사를 하는 할아버지가 벤치에 앉아 계신다. 나는 벤치를 지나 새우타워까지 달려갔다가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자꾸만 벤치에 계시는 자전거 수리 봉사 할아버지를 쳐다보게 되고 달리기의 속도가 자꾸만 줄어든다. 결국 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매점에서 음료를 하나 사서 할아버지께 다가간다.
“저기, 할아버지.”
“응? 네? 자전거 고치실라우?”
“아, 아뇨. 여기 음료수 하나 드세요.”
“어이쿠 고맙구만요. 잘 마실게요. 허허”
“그리고 할아버지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셔. 뭐가 궁금하신가?”
“저기, 며칠 전에 할아버지하고 여기 앉아서 대화를 나누시던 할아버지 기억나세요?”
“응? 여기서 나랑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영감이 한 두명이 아닌데 누구를 말하시는건가?”
“음, 그러니까 자전거 타시면서, 아 뭐라고 해야 하지?”
“대부분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지요.”
그러고 보니 그 영감탱이에 대해서 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내가 달리기를 할 때 방해를 한다는 것 외에 성함도, 사는 곳도, 하시는 일도 심지어 인상착의조차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아, 혹시 김 씨 말하는 거구만, 기억나는구만, 며칠 전에 내가 여기서 김 씨하고 말하고 있을 때 뒤에 앉아서 뭔가 말을 하려다 그냥 간 그 청년 아니셔?”
“아, 맞습니다. 기억하시는군요.”
“하하, 그날 청년 모습이 너무나 어색했거든, 뭔가 빚받으러 온 사람 마냥, 하하 그래서 내가 청년한테 왜 그러냐고 물어보려고 하니깐, 김씨가 ‘쳐다보지마, 쳐다보지마’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이상해서 ‘왜?’하고 물었지, 그랬더니 ‘그냥 모른척 해’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고개만 끄덕거렸지. 그랬더니 청년이 저쪽으로 그냥 달려가더라고.”
“맞아요. 제가 그 영감탱이 아니 그 할아버지께 뭔가 여쭤볼 게 있었거든요. 근데 모른 척을 하셔서. 여쭤보지를 못했어요.”
“그랬군.”
“근데 왜 저를 모른척 하라고 하셨어요?”
“글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 자네가 가고 난 뒤에 한참 자네를 쳐다보더라고, 그러고는 ‘이제 조금 뛰는 폼이 나는군.’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물었지 ‘아는 사람이요?’하고, 그랬더니 ‘잘 알지요.’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더구만, 그러고는 자전거를 타고 자네가 달려간 곳으로 가버렸어. 근데 김 씨와 무슨 관계요?”
“저도 그게 알고 싶어요.”
“응? 서로 모르는 사이란 말이오?”
“네? 네, 저는 그분을 잘 몰라서, 제가 운동하는데 자꾸 방해를 하시는 분이라.”
“그래? 그 양반 치매걸린 것 같지는 않던데.”
“치매요?”
아, 그래, 치매걸린 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응, 치매 걸린 것 같지는 않았고, 운동을 많이 한 양반 같았어.”
“그런데 며칠째 안 보이셔서, 혹시나 왜 안보이시는지 아실까 해서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걸, 나도 여기서 그 양반 만나서 몇 번이야기를 나눠본 것이 전부야.”
“혹시 성함이나 연락처, 사는 곳이라도 모르시나요?”
“응, 김 씨라는 것만 알지, 연락처도 사는 곳도 물어보질 않았지.”
“네, 그렇군요.”
“뭐, 어디 놀러라도 갔나 보지, 며칠 지나면 다시 나올 거야.”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