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킥오프(Kick-Off) (14)

by 최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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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코치, 그리고 박 코치 먼저 와 있었네. 민 코치가 없으니깐 허전하네.”

“감독님, 오셨어요? 죄송합니다. 민 코치가 결국에는 JS로 갔나봅니다.”

“어쩔 수 없는 거야. 민 코치 심정도 이해가 돼. 셋째가 태어나는 데 얼마나 막막하겠어. 요즘 애 하나 키우는데 몇 억씩 든다며?”

동섭이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민 코치 이 새끼는 JS로 가는 게 말이 됩니까? 서울 새끼들한테 구박 좀 받아봐야 우리가 얼마나 잘 해 준지 알 거예요. 그 새끼 고생 좀 해봐야 해요. 나쁜 새끼.”

“너무 뭐라 하지 마라. 민 코치도 우리와 함께 땀 흘리며 축구 했던 놈 아니냐.”

괜히 나 때문에 민 코치가 떠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얼른 화제를 돌리려고 감독님께 말을 건냈다.

“그나저나 감독님.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세요? 오후 내내 센터에 안 보이시던데요?”

“응, 병원 좀.”

“어디 아프세요?”

“아니, 내가 아니고, 응, 박 코치는 알겠네. 왜 김성호 수석코치님이라고, 동섭이 프로오고 첫해 2군 수석코치님 알지?”

“네, 알죠. 진짜 좋은 분이셨어요. 제가 그분 덕에 훈련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몸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웠잖아요. 저 프로오자마자 2군으로 가라고 해서 솔직히 기분 상했는데, 김 수석님 만나고 포지션을 바꿔서 진짜 제 축구 인생이 달라졌잖아요.”

“그래, 선수들한테 애정이 진짜 많으셨지. 민혁이 너한테도 관심이 많으셨다.”

“저한테요? 전 그분을 뵌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그치, 직접 만난 적은 없겠지만 늘 너 얘기를 하셨지.”

“제가 2군에 재활하러 갔을 때는 안 계셨는데요?”

“응, 2006년에 2군 수석코치로 내려가셨다가 1년만에 쫓겨나셨지.”

“쫓겨나셔요? 왜요?”

“민혁이 너 때문이지.”

“네? 저요? 제가 왜요?”

“하하, 농담이야. 너 입단할 때 2군 데려가고 싶다고 말하셨다가 2군으로 내려가셨고, 2군에서도 성적보다는 선수들 케어하느라 1군 감독님하고 마찰을 빚다가 결국에는 1년만에 쫓겨나셨지.”

“네, 그때 떠나실 때 저희가 엄청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분덕에 많은 선수들이 진짜 몸이 좋아졌거든요. 저도 그렇고요. 근데 그분이 왜요? 어디 아프세요?”

“응, 췌장암이라네. 아직 젊으신데, 그래서 병문안 다녀왔지.”

“저도 데려가시지, 오랜만에 김성호 수석님 뵙고 싶은데요.”

“그래, 담에 같이 가지. 민혁이도 같이 가고.”

“네,”

동섭이가 내 표정을 유심히 보더니 말을 건냈다.

“민혁이 왜 그래? 왜 표정이 그렇게 심각해?”

“아, 아냐. 괜히 나 때문에 코치님이 2군에 가셨다고 하셔서.”

어색한 웃음을 띄면서 감독님께서 말을 하셨다.

“하하 농담이라니깐, 최 코치 자네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야. 자네가 뭐라고 코치님을 2군으로 쫓아내겠어. 2군 가는데 동섭이랑 민혁이랑 데려가서 조금 더 가르치고 싶다고 하셨던 거지. 자네 때문에 2군 가신 건 아니니깐 신경쓰지 말라고.”

“네.”

“그건 그렇고, 민 코치 빈 자리를 누가 좀 메워야지.”

내가 난처해 할까봐 감독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섭이가 먼저 손을 들며 말했다.

“감독님, 제가 할게요. 제가 초등 고학년 반도 맡아 할게요.”

“박 코치는 지금 초등 저학년 반하고 중등 반도 맡고 있잖아. 초등 고학년 반까지 맡으면 매일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수업해야 해. 힘들지 않겠어?”

“괜찮아요.”

“그러지 말고, 민혁아, 그냥 초등 저학년은 민혁이가 좀 맡아 주면 안되겠냐? 초등 저학년이니깐 그냥 데리고 놀아주면 되는 거잖아. 뭐 축구 전술이나 기술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감독님, 그냥 제가 할게요.”

내 표정을 보며 고맙게도 동섭이가 환하게 웃으며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 감독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어차피 지금 수강생 엄청 빠져 나가고 있다. 초등 고학년 반 월수반하고 목금반 하나로 합칠거고, 중등반 하고도 합쳐도 15명도 안나올 상황이니깐 동섭이 니가 다 해도 될 것 같긴 하다.”

“수강생이 그렇게나 줄어요? 초등 고학년 반이 10명 씩 두 반이고, 중등 반도 11명 씩 두 개반이니 42명인데 15명으로 준다고요?”

“그게 다 민 코치 덕분 아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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